2019051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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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토요일,
나만 늘어지게 늦잠 자는 토요일.
남편은 8시에 일어나서 카센터에 갔다. 9시에 문을 열지만 한 시간 일찍 가서 기다렸다가 10시가 넘어서 들어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침대에 굴러다니면서 잠을 잤다. 부지런한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나무를 자른다. 나는 또 딩굴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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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이런 날엔 밖에 안 나가고 집에 틀어박혀서 영화 한 편이 보고 싶다. 하지만 오늘 일정은 꽉 차있으니 나가야만 한다. 차에 타자마자 놓고 온 물건이 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먼저 동네빵집으로 렛츠고. 스티커를 전달하고 식빵이랑 커피를 사들고 나왔다. 선물 받은 새 식빵도 같이 덜렁덜렁. 언제나 고마운 동네빵집, 오늘도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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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식빵을 먹었다.
떡볶이 먹으러 가는 걸 깜빡하고 빵을 너무 신나게, 급하게 뜯어먹었다. 약간의 배를 채우고 고성동떡볶이로 배를 두둑이 채웠다. 부지런히 움직일 각오로 가구관으로 가는데, 엑스코에서 펫쇼가 열리고 있어서 그 옆을 스르르 지나가 보기로 했다. 그야말로 개판. 멍멍멍 왈왈왈 망망망. 이 세상에 있는 강아지들을 한눈에 다 보고 왔다. 달마시안, 시바견, 보더콜리 등등. 그중에서 사모예드에 푹 빠져서 구경을 했다. 곰돌이 같고 퐁신퐁신한 털, 귀여운 발, 웃는 얼굴이 예뻐서 자리를 못 떠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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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성의 끈을 잡고 가구관으로 입성.
우리가 사려는 수납장은 못 사고 시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어머님의 부탁으로 반야월에도 들렀다. 교통체증과 어마어마한 차들 때문에 짜증이 차오른 남편과 눈치 보느라 깨개갱하는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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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쓰시는 미싱을 받았다.
미싱 ㅁ자에 관심도 없는 이숭이, 반면에 미싱 받침대까지 나무로 만드는 열정 목공꿈나무, 미싱꿈나무 남편은 모터까지 달았다. 헤헤. 그리고 넷이서 횟집에 가서 모둠회를 신나게 열심히 열정적으로 먹었다. 매운탕이랑 밥 한 그릇, 물 한 잔, 매실 음료수 한 잔, 사이다 두 잔, 커피 한 잔, 낮에 마신 커피 한 잔, 쿨피스 한 잔, 식빵과 떡볶이와 김밥.... 그리고 시부모님 집에서 먹는 참외랑 쑥떡... 오늘 진짜 과하게 먹었다. 그래도 여름에 먹는 참외는 시원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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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날 때까지 시아버지랑 2킬로그램을 빼기로 약속했다. 1킬로라도 빼야 2킬로를 뺄텐데.... 파이팅 이숭이. 집에 오자마자 씻고 영어공부를 했다. 애증의? 케네디 연설문을 드디어 끝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드디어 벗어나는 해방감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멘토와 스터디 동기들 덕분에 끝낸 연설문 안녕. 이제 오바마를 만날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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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말똥말똥한가 했더니 밤 커피를 마셨다.
늦은 밤 감사일기를 쓰고 무슨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던 중 방에 들어가 보니 남편이 엎드려 있다. 배탈이 났다. 갑자기 설사병으로 기력을 잃은 남편은 끙끙. 잘 먹고 잘 날려 보낸 남편은 평화가 찾아왔는지 이 시간에 영화를 보고 있다. 너무너무 잘 먹은 내가 탈 났어야 하는데.....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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