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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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수요일,
이브의 끝을 잡는다.
이 밤을 붙잡을수록 다음날의 하루가 짧아지는 건 불변의 진리. 겨우 일기를 다 쓰고 3시쯤에 누웠다. 정신없이 자다가 11시에 깼다. 새벽 또는 아침부터 생일 축하 연락을 받았다. 엄마, 아빠, 오빠로부터 따로 축하를 받고, 그중에서 제일 찌릿했던 건 아빠의 문자였다. ‘영원히 사랑해’ 이 여섯 글자가 나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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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남편이 담담하게 작은 상자 하나를 툭 건넨다.
손바닥 크기에 포장지 색깔이 황토색이라 흡사 메주 같다. 뜯기도 전에 메주 같다며 깔깔깔 깐족거리고 궁금해서 시원하게 뜯어본다. 아주아주 예전에 갖고 싶다고 했던 향수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메주가 향수로 바뀌는 마법. 허공에 한번 뿌려대고 잠들 때까지 한참 동안 킁킁거리고 있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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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고 성탄절이라고 해서 화려하게 보내지 않았다. 주말처럼, 그냥 편하게 동네빵집에 갈 수 있는 여유라면 그저 좋아서 고민하지 않고 빵집으로 간다. 각자 먹고 싶은 빵을 담고 아이스커피 두 잔이랑 함께 했다. 서프라이즈로 받은 노래 선물에 또 코끝이 찡. 오늘도 나는 사람 복이 많은 사람이다. 히히. 둘이서 창가 구석진 곳에서 한참을 놀다가 대추차까지 한잔 더 마시고 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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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던 걸까.
전기장판을 뜨뜻하게 올려놓고 딥슬립의 세계에 빠졌다. 암막커튼을 빈틈없이 쳤더니 온 세상이 암흑이었다. 이대로 잠들면 내일 아침이 올까 봐 몸을 일으켜본다. 저녁 7시 30분.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 메뉴는 이숭이가 좋아하는 삼겹살. 고기 파티가 열렸다. 오예. 된장찌개랑 묵은지 소면까지 다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우리. 배부르다고 기분이 좋은지 실실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행복은 가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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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생일이면 기억하기 쉽겠다고, 한방?에 해결해서 좋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잊히기도 쉬웠다. 어릴 때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손꼽아 기다려지는 ‘크리스마스’니까 각자의 로망, 일정들이 꽉 차 있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더 많았달까. 그럼에도 잊지 않고 안부를 묻고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과 감사함을 더 소중히 느끼고 있다. 우리 남편, 나의 친구들, 동생들, 언니 오빠들, 부모님들, 직장동료들의 애정 어린 연락에 한없이 따뜻한 12월 25일을 보냈다. 내 곁의 모두에게 평화를, 평화로운 성탄절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메리 크리스마스.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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