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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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목요일,
쉽게 잠들지 못한 밤이었다.
자세도 불편하고 어딘가 모르게 이불도 답답하다. 밤인데 왜 이리 밝은 건지. 윗집에서 들리는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깨고, 요리조리 뒤척이다 깨버린다. 그래도 옆에서 쿨쿨 잘 자는 남편. 그저께 내 베개랑 내 얼굴 가까이 자고 있는데 잠결에 팔꿈치로 이마 정중앙을 때리고 말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별이 보였다던데.. 어제는 남편의 팔꿈치에 볼을 맞았다. 복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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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꾸물꾸물하고 비까지 내리니 잠자기 좋은 날이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움직인다. 우연히 발견한 포인트로 남편 내복도 싸게 샀고, 읽고 싶은 책 두 권도 집에 잘 도착했다. 어제 먹고 남은 빵으로 배를 채우고 여유롭게 엄마랑 통화도 했다. 어제 이서방이랑 생일은 잘 보냈는지 궁금하셨나 보다. 내일 엄마 생신인데 못 내려가는 딸은 괜히 밥 맛있게 차려 드시라는 말만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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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흰밥을 짓는다.
찹쌀이랑 섞인 쌀이라 더 윤기 있고 하얗게 보였다. 메뉴는 찐만두랑 냉이된장찌개. 김치랑 콩 반찬, 건새우 무침도 꺼냈다. 예전엔 맛도 모르고 먹었던 냉이를 이제는 찾아먹는다. 그것도 냉이를 직접 손질해서 찌개까지 끓여먹는 우리. 이럴 땐 어른이 된 것 같다. 히히. 콩고기, 표고버섯, 양파, 애호박, 배추도 넣고 휘이휘이 저어서 만든 찌개를 사이좋게 잘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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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마그넷을 만들었다.
손톱만 한 걸 자르고 사포질을 하는 귀여운 모습이 상상된다. 한 개를 만들다가 실패를 했던 탓에 내일 하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그를 위해 밀감을 까서 입에 쑉 넣어준다. 오늘의 영화는 ‘82년생 김지영’. 남편이랑 같이 볼 영화들 중에 하나였다. 디저트는 야무지게 챙겨 먹는 우리. 초코케이크랑 토마토까지 다 먹고 나서야 하루가 끝이 났다. 이제는 잘 시간. 평화로운 밤이기를. 오늘도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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