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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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목요일,
시장에 가자.
부릉이를 끌고 자주 가는 시장에 다녀왔다.
마트에서도 과일이랑 야채를 사지만, 싱싱한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종종 가는 편이다. 한 번 갈 때 이것저것 담아오는 편이라 청양고추, 흙당근, 양파 한 망, 깻잎, 마늘, 바나나, 사과 등등 양손 무겁게 들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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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소식을 듣고 컴퓨터를 켰다.
눈이 빠지도록 인터넷 쇼핑을 하고 부엌으로 들어섰다. 내일 바쁘지 않으려면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먼저 도라지의 쓴 맛을 없애기 위해 30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 그다음 오리고기를 양념에 푸욱 재워두면서 버섯이랑 당근, 양파, 마늘을 먹기 좋게 손질을 끝냈다. 차근차근 시금치랑 도라지를 무치면 1차전 끝. 참기름 냄새를 좋아하지만 부담스러워서 후다닥 씻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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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한 상태로 청소를 하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2차전 시작. 무 껍질을 벗겨내고 무생채를 무치고 나서야 오늘 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볼일을 보느라 퇴근이 늦어지는 남편을 기다리자니 배가 고파서 사과 반 개를 깎아먹는다. 몇 시쯤에 오려나. 영화나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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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아홉 시에 남편이랑 라면을 먹는다.
우리가 애정하는 왕뚜껑. 배가 고프니까 더 맛있다. 후루룩짭짭. 오늘 만든 반찬을 꺼내서 같이 먹었다. 각자의 하루를 고생했다고 다독이는 순간. 따뜻한 국물이 몸을 데워주는 순간. 배도라지 차가 온몸을 감싸주는 순간. 겨울인데 따뜻한 우리 집, 우리였다. 남편은 이미 목이랑 코감기가 왔고, 나는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는 거 보니 감기가 오려나보다. 감기야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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