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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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수요일,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창문을 활짝 열어둔다.
찬 공기가 우리집 곳곳에 머물도록, 새로운 공기가 놀러 오도록 말이다. 며칠 전에 테이블 위에 있던 장미는 시들시들해졌다. 거실 한 켠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벌써 1월 중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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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영화 ‘시네마 천국’. 내가 봐 온 영화들 리스트에 변동이 있을 만큼 여운이 짙다. 나이차를 떠나 장난꾸러기 토토와 묵직한 알프레도가 친구가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과 그 시대의 분위기, 영화가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 그 외에도 사랑과 인생, 성장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자주 들었던 ‘Love Theme’OST가 나오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이제 이 음악을 들으면 이 영화가 떠올려질 것 같다.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감독판도 궁금하고, 남편이랑 또 보고 싶어 지는 시네마 천국. 추천 추천 왕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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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점심을 챙겨 먹었다.
김치찌개랑 후라이, 김 가지고 맛있게 먹는다. 후식은 밀감 하나.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나중에 마트에 가면 시식코너를 다 털어버릴 것만 같아서 예방차원으로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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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이랑 마트로 향했다.
생활비가 들어왔으니 생필품과 식료품을 골라 담았다. 금요일에 있을 어머님 생신파티에 필요한 고기와 야채를 산다. 텅텅 빈 간식 창고를 채우기 위해 컵라면과 라면, 과자도 호기롭게 집었다. 원래라면 시식코너를 뽈뽈거리고 돌아다닐 텐데 내가 그 음식들을 다 거부했더니 남편이 신기해했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안 좋아서 먹고 싶지 않았는데, 맘스터치 햄버거는 잘만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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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햄버거를 먹는다고 했다.
맞장구를 쳤는데, 떠올려보니 12월 말에 굳이 일부러 버거킹에 간 두 사람이었다. 달이 지났으니까 오랜만인 거라고 나름의 합리화를 하고 신나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짐 정리를 하는 남편은 곧 벽 창고에 공구를 걸려고 뚝딱거린다. 그리고 배도라지차 한 잔씩 마시면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밤. 꽤 신경 쓰이는 주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서로가 조율해가는 대화방법 찾기. 속에 있던 얘기를 다 꺼냈더니 후련은 한데 시원한 답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내 얼굴이 새빨갛게 터질 것 같은 건 얘기의 효과인지, 배도라지차의 효과인지.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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