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을 돌아보며,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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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을 돌아보며,
일 년 중 가장 무기력한 달.
2019년을 보내고 2020년 새해가 시작됐다. 나름의 목표와 다짐은 사치였는지, 별 것 없는 1월을 보냈다. 보통날이 가장 평범하면서도 좋은 일이겠지만 나태하고 게으른 내가 참 한심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조용하고 잔잔한 이숭이의 나날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아주심기’라는 말이 나온다. 묘목을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 내게 빗대어보자면 기쁨, 슬픔, 공허함, 불안, 좌절, 행복 수많은 감정을 느꼈던 나의 1월은 남은 달을 위한 준비과정이지 않았을까 심심한 위로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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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아>
부지런히 영화를 봤다.
낮에는 혼자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틀었고, 남편이랑 있을 땐 주로 범죄 스릴러 위주로 아슬아슬한 시간을 즐겼다.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 나는 벌써 가물가물하다. 영화 과부하 상태. 제목을 들으면 곧바로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이선균, 이경영 배우들이 곳곳에 나오는 바람에 헷갈리고 헷갈리는 나의 머릿속. 그래도 으슬으슬 스릴러에 매력을 느끼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도 많이 알게 됐다. 시네마 천국, 빌리 엘리어트, 벌새, 스윗 프랑세즈, 천일의 스캔들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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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른다>
시어머님의 생신, 설날이 있었던 1월.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면 괜히 바빠진다. 생신상엔 어떤 음식을 차려야 할지부터 괜히 나의 요리 능력을 시험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명절에 양가 부모님을 신경 쓰는 것도,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는 것도 은근히 긴장이 되기도 한다. 그 무렵에 엄마와의 티격태격 트러블까지 여러모로 힘들었던 1월이었다. 그럼에도 늘 시간이 해결해주는 걸 믿고 있다. 다행히 모두 잘 마쳤고, 해결했고 이제는 추억처럼 곱씹어보고 있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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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취미력>
남편은 언제나 부지런하다.
시간을 잘 쪼개어 쓰는 사람과 있는 시간을 최대한 낭비하는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 1월은 요가도 쉬고 집순이를 자청했다. 집순이력이 상승하는 동안 남편은 취미력이 상승했다. 목공놀이와 함께 설계 프로그램 ‘스케치업’ 독학. 그리고 정리력도 업. 외장하드에 있는 파일을 장르별로 분류하기. 예를 들면 드라마, 영화, 음악, 사진 파일을 정리를 끝냈다. 대단하다 대단해. 내 생활패턴을 봐오다가 조심스레 내게 건강한 조언을 했던 남편. 좋은 말인데 난 왜 조용히 혼난 것 같지?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나는 깍듯이 존댓말을 썼고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우리였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텐션 업 이숭이로 변신. 지나고 보니 왜 그랬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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