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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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토요일,
아침 7시 알람이 울렸다.
남편은 토요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부모님 일손을 도와드리러 갔다.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고, 그의 손엔 사랑을 새긴 바나나 하나를 쥐어준다.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쇽 들어갔다. 한참 동안 폰을 가지고 놀다가 잠이 든다. 남편이 오기 전에 세탁기를 돌릴 생각이었는데, 언제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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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차를 마셨다.
현미차와는 또 다른 구수한 맛. 약간 흙 맛이긴 한데 꽤 괜찮은 흙 맛이다. 호로록호로록 세 잔을 마시고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가려고 했던 마트를 낮에 가기로 했다.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바나나 한 개를 먹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도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녔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서로가 조심하고 있는 모습에,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생선 전용 양면 후라이팬, 우유, 요거트, 김, 컵라면을 사고 시장에 가서 떡국가래, 쌈배추, 버섯, 쑥갓을 담아왔다. 그리고 동네빵집행. 먹고 싶은 빵을 사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운 좋게 할라피뇨 빵도 샀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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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미친 듯이 요동을 친다.
빵 냄새를 맡고는 이성을 잃은 상태랄까.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따뜻한 커피를 내린다. 클레버를 사용하면서 커피 강의도 해주는 남편과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하는 나 우리 둘 쿵짝이 잘 맞았다. 종류별로 사 온 빵을 펼쳐놓고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마침 밀감 한 박스도 도착해서 흐름이 끊기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2월의 첫 영화는 ‘그린 북’. 제목의 뜻을 알게 되면 생각이 많아지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이숭이가 강력 추천하는 그린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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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에 라면.
선물 받은 일본 라면 유통기한을 보는 순간 안 뜯을 수가 없었다. 캬, 핑계대기 참 좋다. 어릴 때 머그컵에 먹던 라면이 그리워서 남편 친구가 사다 준 머그면을 꺼냈다. 나는 지난번에 먹어봤으니까 남편은 머그면을, 나는 야끼소바를 먹는다. 손바닥보다 훨씬 작은 면을 컵에 넣고 한 젓가락을 뜨더니 없다. 또 하나를 뜯어서 먹더니 또 다 먹었다. 순식간에 4개를 비운 남편. 오메, 뭐 이리 감칠맛 나게 하는지. 후식은 밥알 동동 들어간 식혜 한 사발을 들이켠다. 오늘 우리는 어마무시한 칼로리 폭탄을 몸에 지녔다.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이숭이의 일기. 2월도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 안녕.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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