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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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월요일,
나는야 박치기왕.
어젯밤 11시쯤에 누웠고 천천히 아침이 와 주기를 바라는 우리. 새근새근 조용히 자고 있는 새벽. 샛노란 별이 보일듯한 충격에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다 남편의 정중앙 이마에 쿵! 박았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박치기를 했던 전력이 있는 나는 오늘도 사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웃기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에피소드. 소리가 엄청 컸는데, 아팠을 텐데 헤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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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를 하면서 박치기 이야기가 나왔다.
분명히 아팠는데 졸려서 그냥 넘어갔다고 했다. 별 것 아닌 일로도 둘이서 깔깔깔.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는 남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쳐다보다가, 눈 한 번 더 맞춰보려고 빼꼼 내민다. 남편이 아닌 이웃 이모랑 눈이 마주친다. 아이참. 다시 침대로 향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밖에 눈이 내린다는 연락을 받고 베란다로 달려가 보지만, 어두워서 눈이 보이지 않았다. 눈이 좋아야 눈을 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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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차를 마시는 월요일.
물을 자주 마실수록 부지런해지는 내 몸. 화장실도 갔다가 청소도 했다가 또 물을 끓였다가 은근히 움직이고 있다. 11시가 넘어서 먹는 점심은 비비고 소고기 버섯죽. 삶은 달걀도 하나 까먹고 간식은 콘칲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뒤로 하고 ‘우리들’을 켰다. ‘우리집’ 영화를 만들었던 윤가은 감독의 작품. 우리집도, 우리들도 영화 벌새처럼 잊고 지냈던 서랍장 속의 어린 시절의 작은 감정을 꺼내게 해주는 것 같다. 아련하고 때론 그리운 작은 시절의 기억들. 잔잔하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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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은 내게로 왔나.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면 오후 4시쯤엔 눈이 무거워진다.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물건들이 다시 내 곁으로 모인다. 발목까지 덮는 양말과 발토시, 뻘건색 수면 잠옷과 호피무늬 목도리, 도톰한 담요. 결국은 침대로 돌아가는 나. 정신을 잃고 5시 반까지 잠이 든다. 어우, 월요병아 저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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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마트가 새단장을 했다.
간단하게 사러 가기 좋았는데, 마트가 문을 닫으니까 꽤 아쉽다. 친절하셨던 사장님 부부랑 작별인사를 못 나눴던 게 제일 아쉽다. 어묵을 사러 간 김에 들렀다. 빼곡빼곡 정리가 잘 돼있는 물건들 중에서 음료수, 두부, 딸기 한 팩, 어묵을 사 왔다. 메뉴는 떡볶이와 어묵 튀김, 구운 잎새 만두. 남편이 좋아하는 분식 세트를 차렸다. 매번 맛있다며, 떡볶이 가게를 차려도 되겠다며 달콤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후식으로 딸기 몇 알을 나눠먹고 쉬는 월요일 밤. 아주 든든하고 좋은 월요일 밤. 이제 누워서 폰 가지고 놀아야지. 아, 수다도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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