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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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화요일,
꿈을 네 개나 꿨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이 된 나는 아침까지 바쁘게 움직였다. 너무 피곤해서 남편보다 늦게 일어나서 간식을 준비했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 정신을 차려보지만 피곤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꿈 얘기를 들려줬는데, 너무 내 말만 한 것 같아 머쓱해졌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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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계를 하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깨끗이 씻고 보리차를 우리는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시간. 나의 작은 시간들. 매일 아침에 듣는 차분한 피아노 연주곡, 그러다 템포가 빠른 연주곡, 노래로 넘어가는 뮤직박스. 담요를 무릎 위에 올리고 따뜻한 옷을 껴입는다. 아침 겸 점심으로는 식빵 위에 치즈 하나를 올려서 데워 먹었다. 식빵 세 개는 먹어야 든든하지. 오늘의 영화는 ‘윤희에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삿포로. 하얀 세계에 퐁당 빠져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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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던 곤드레밥을 드디어 만들었다.
나의 요리 선생님 인터넷 덕분에 건강한 밥을 만들 수 있었다. 3시간 넘게 불려둔 마른 곤드레를 씻고 펄펄 끓는 물에 데친다. 들기름과 국간장을 넣고 무친 다음에 쌀 위에 올려두면 완성. 냄비밥에 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나는 전기밥솥파. 혹시나 진밥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됐다. 오예. 고춧가루, 다진 마늘, 파, 청양고추, 통깨와 참기름을 넣고 만든 양념장. 육수를 내고 끓인 어묵탕, 우리가 좋아하는 비비고 왕교자 만두, 진미채 무침으로 간단히 한 상을 차렸다. 곤드레 향이 솔솔, 밥 위에 양념장을 올려 슥슥 비벼먹으니까 봄이 온 것 같다. 곤드레만드레 곤드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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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꿈나무가 기다리던 나무가 도착했다.
기계를 다루다 보면 손을 다칠 뻔한 적이 많아서, 보조장치를 만들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통에 세제를 채우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때 눈에 들어온 피가 묻은 휴지조각, 그리고 반창고를 붙인 남편 손. 날카로운 도구에 살짝 베였다고 했다. 아이참. 다치면 내가 목공놀이 못하게 한다고 했을 텐데 흐흐흐흐. 조심하쇼. 영화를 보려다가 컴퓨터를 껐다. 오늘은 그냥 놀아야지. 딸기도 먹고, 폰 가지고 놀면서 여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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