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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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월요일,
보통의 월요일 아침. 굿모닝.
6시 45분에 일어나 남편 간식을 챙겼다.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남편의 오래된 습관 덕분에 과일이랑 달걀, 떡 같은 걸 간단히 준비하면 된다. 사각사각 사과 한 개를 깎고, 삶은 달걀, 그리고 빵집 빵을 통에 담았다. 아침에 마시는 첫 물은 따뜻하게, 양말이랑 목티를 꺼내고, 안경 알도 깨끗하게 닦았다. 일주일의 첫 시작은 파이팅 넘치는 인사를 나누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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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이팅은 내가 필요했다.
꽤 피곤했는지 조금 늦게 일어났다. 10시쯤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벌러덩 누워서 전화를 받는 나. 주말은 어떻게 보냈는지, 뭐 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신다. 아빠는 등산을 가셨고, 엄마는 운동과 사우나 가시는 걸 한 달 정도 멈추기로 하셨다. 너도 나도 외출을 하고 싶은, 집이 갑갑한 증상 발생. 그럼에도 참아내야 하는 인내의 시간들. 그렇게 우리는 각자 건강을 지키려고,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는 내게 통영에 오라고 하고 싶지만, 덩그러니 혼자 남겨질 이서방과, 이동 중에 옮길지도 모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마음만 받고 나는 대구를 지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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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면서 봄이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덜 추운 공기, 덜 시린 손과 발, 따뜻한 햇살, 다소 부담스러워진 겨울 옷들,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되는 온도. 이렇게 좋은 봄날에 바깥에 나갈 수 없는 서글픔이란. 새삼 그리워지는 보통날들. 당연한 걸 누리고 있었는데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는 반성의 3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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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개를 깎아 먹는다.
어제 남은 김밥을 먹고 중간중간에 보리차도 부지런히 마셨다. 갑자기 sns에서 봤던 ‘달고나 커피’가 생각나서 한 번 더 찾아보고 준비물을 꺼냈다. 맥심 믹스커피 2개, 설탕, 뜨거운 물 조금, 강인한 팔. 400번만 저으면 달고나처럼 찐득하고 달달한 맛이 난다고 했다. .
거품기가 있지만, 괜한 실험정신이 발동하는 바람에 숟가락으로 열심히 젓는다. 400번... 이 아닌 40,000번을 휘저어야 하나보다. 팔이 아파지길래 거품기로 돌리는데 건전지가 다 닳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숟가락으로 엄청나게 저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면서. 그리고 얼음 동동, 우유를 붓고 크림을 위에 올린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난 뒤에 마셔서 그런가, 맛있긴 맛있네. 다음에는 꼭 기계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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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저녁시간이라니.
메뉴는 조밥, 해물완자, 두부 부침, 양배추 샐러드, 김, 밑반찬들. 국을 끓일 시간이 없어 반찬을 쭈욱 펼쳤다. 남편이 좋아하는 진미채를 밥 위에 올리고 김이랑 싸 먹으면 꿀맛인 김밥. 요즘 마요네즈에 흠뻑 빠진 우리는 매일 먹고 있다. 샐러드, 참치마요, 마늘빵 등등 활용도 200% 마요네즈 사랑. 내일도 양배추 샐러드랑 마요네즈가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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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심으로 와인 한 모금씩 마셨다.
늦은 저녁엔 당근 마켓으로 남편 운동기구를 팔았다. 둘이서 낑낑 들고 내려가 고객님께 고이 전달해드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쿨 거래 고객님 감사해요. 흐흐. 월요일 밤은 좋아하는 인디 노래들과 함께 잔잔하게 보내기. 이제 이불속에 들어가서 폰 가지고 놀아야지. 렛츠고. 모두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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