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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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화요일,
의외로 잠을 잘 잔다 싶었는데..
자주 깨서 수면을 방해하고 있었다. 역시 밤 커피는 위험하다니까. 내가 뒤척이면 남편도 옆에서 뒤척s. 밤 커피를 마시려면 엄청난 용기, 잠을 못 잘지도 모르는 뒷감당이 필요하다. 어제 맛있게 마셨으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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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의 화요일.
회색빛이어도 하늘은 깨끗했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환기도 더 자주 시키고 바깥바람을 많이 초대했다. 봄이 되면 새 잎이 틔우던 고무나무는 나처럼 겨울잠을 자고 있는지, 아직 소식이 없다. 실은 예전만큼 관심을 덜 가져서 토라진 걸지도 모른다. 이파리도 닦아주고 물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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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클래식을 듣고 있는데, 동생이 펑키 음악을 살며시 추천해준다. 분명 고요하고 잔잔한 공간이었는데, 어느 순간 둠칫둠칫 거리는 우리집이 됐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전자음악으로 넘어간다. 데드마우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 DJ인데, 그가 추천해 준 음악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든다. Strobe, The Veldt, I Remeber. 이 중에서는 The Veldt가 내 스타일. Chris James가 부른 노래와 에피소드가 재미있어서 방방 뛰었다. 가랑비에 물 젖듯이 이렇게 EDM에 빠져드는 것인가. 기분도 최고, 왕뚜껑 뜯고 싶어 졌다.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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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엄마랑 부산에 가려고 교통편을 알아보는데 대구와 부산, 통영과 대구 간의 운행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심지어 통영에서 대구 서부까지는 두 번, 부산(사상)에서 대구는 딱 한 번뿐이다. 감회 운행.. 코로나가 길도 막는구나.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은 다 취소하고 대구를 지키기로 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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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킴이를 하면서 부지런히 하고 있는 노동이 있다.
그건 바로 ‘달고나 커피’ 만들기. 3번을 만들어도 뭔가 계속 아쉬워서, 오늘도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맥심 믹스커피 두 봉지랑 설탕,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핸드 믹서기로 쉼 없이 저었다. 옅은 색으로 바뀌지는 않아도 걸쭉해지는 걸 볼 수 있다. 결론은 달달하고 맛있다. 역시 맥심. 점점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서 뿌듯하긴 한데, 부작용은 카페인 과다 복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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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택배가 도착했다.
길쭉한 상자 하나. 청도에서 주문한 미나리가 왔다. 정성껏 써 내려간 손편지와 감성적인 일러스트 엽서, 그리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신선한 미나리들. 마치 꽃다발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회사 워크숍으로 청도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먹어본 미나리삼겹살에 반했던 날이 떠올랐다. 집에 갈 때 꽃처럼 한 다발을 사 갔던 기억도 같이 맴돈다. 이름도 귀여운 미나리. 미나리 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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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에 올 줄 알았던 미나리가, 생각보다 일찍 우리집으로 왔다. 그 영향으로 갑자기 바뀐 저녁 메뉴. 그렇다. 삼겹살을 먹어야겠다. 아니 먹어야만 한다. 마트에 가서 삼겹살, 봄동, 마늘을 샀다. 갑자기 봄동 겉절이가 하고 싶어서 무치고, 버섯, 마늘, 미나리를 구웠다. 오늘의 주인공 삼겹살 기름에 같이 구운 미나리와 생으로 먹는 미나리. 괜히 여행 온 기분을 내고 싶어 소주 한 병도 꺼낸다. 호기롭게 건배를 했는데, 소주가 너무 쓰다. 한 잔도 겨우 마시는 허세왕 이숭이. 초록 미나리, 초록 꽃다발에 기분 좋은 이숭이. 고기가 맛있어서 행복한 이숭이. 그리고 ‘서버비콘’ 영화와 콘칲. 그냥 마냥 좋은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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