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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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월요일,
잠이 안 오는 건 아닌데, 여러 번 뒤척였다.
눈 감고 조용히 있는 남편을 괜히 툭툭. 자냐고, 진짜 자냐고 물어보면서 툭. 일요일 밤에 굳이 깨우는 이숭이. 비매너의 끝판왕이랄까. 체념한 남편은 눈을 떴다. 둘이서 한참을 놀다가 잠이 든다. 역시 아침은 피곤해. 어제 일찍 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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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하고 9시까지 누워 있었다.
몸도 축 처지는 것이, 꾸물꾸물한 날씨엔 영락없이 피곤을 느낀다. 다행히 자리를 잘 박차고 일어났다. 잔잔한 음악을 듣고 나서 잔잔한 영화를 볼 계획이었는데 역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동생의 추천으로 펑키 뮤직으로 흥을 돋운다. ABBA의 Gimme! Gimme! Gimme에 흥숭이로 변신. 오예. 금세 사라진 월요병.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더니. 펑키뮤직, EDM, 시티팝으로 신났다. 전자음악에게 마음을 홀랑 뺏겨버리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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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한 개, 초코파이, 보리차로 배를 채웠다.
엄마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고, 보고 싶었던 영화 ‘일일시호일’을 드디어 봤다. 키키 키린 배우의 유작. 그래서인지 대사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대하는 것,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몸이 기억한다는 것,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에 익숙해지는 것, 사람을 만나면 단 한 번의 인연이라 여기고 정성을 다하는 것 등 내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였다. 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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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마트에 다녀왔다.
깻잎을 사러 갔다가 당근, 팽이버섯, 건전지, 딸기를 담았다. 즉흥적으로 뻥이요 과자랑 아이셔 하나도 샀다. 벌써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라니. 메뉴는 잡곡밥, 양배추 샐러드, 깻잎이랑 쌈장, 묵은지 무침과 시금치 무침, 엄마표 갈비. 남편이 집으로 오는 시간과 씻는 시간을 계산해서 상을 차리고 고기를 굽는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엄마한테 알랑 방귀 문자를 보내는 남편. 귀엽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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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꿈나무는 나무를 만졌다.
뭐가 잘 안 되는지 꿍시렁 꿍시렁에서 소리가 점점 커진다. 비가 와서 습도 때문인지 나무가 쫙쫙 갈라진다. 아이참. 잠이고 뭐고 당장의 평화를 위해 커피를 내렸다. 커피 향이 가득한 우리집. 나는 아이스, 남편은 따뜻하게 홀짝이는 밤. 탱글탱글한 딸기와 함께 월요일의 밤을 붙잡고 있다.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잘지도 몰라. 걱정 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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