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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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월요일,
아유, 꿈을 어찌나 많이 꿨는지 정신이 얼얼하다.
그건 그렇고 새벽에 우리가 웃었던 게 떠올랐다. 집에 가는 길에 땅에 떨어진 돈을(무려 23만 원이나) 주웠던 나. 알고 보니 어떤 아이의 학원비여서 의심을 사게 된 꿈. 몰래몰래 조심스레 돈을 줍고 있을 때, 남편의 손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남편도 깨고, 나도 깨고, 꿈 얘기에 웃던 우리를 생각하면 자주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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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 마늘이 꿈에 나왔다.
자율 학습시간에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났는지 갑자기 책을 찢으러 떠났다. 총대를 메고 떠난 마늘 뒤엔 우리도 함께 책을 들고 출동하는 꿈. 신기하게도 낮엔 그 친구한테서 안부 연락이 왔다. 외국에 살고 있어서 가끔씩은 연락을 하지만, 오늘 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신기해하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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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58분에 알람을 맞췄다.
감자고시를 다시 응시하려는 나. 부엌에 있다가 부랴부랴 컴퓨터를 붙잡는다. 로그인도 미리 해놓고 새로고침을 해보지만 접속이 되지 않는다. ‘오늘도 낙방했다’며 아쉬워할려던 찰나 구매창이 열렸다. 다급하게 2박스를 누르고 주문서를 신청했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감자고시. 나 합격했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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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감자고시 결과를 알렸다.
무용담을 신나게 늘어뜨리고 마음껏 자랑을 했다. 30분 가까이 통화를 하고 끊었는데, 영상통화가 걸려온다. 그래, 영상통화가 있었지! 이렇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을 맞추는 방법이 있었지! 괜히 뭉클해진다. ‘살쪘네’라는 엄마의 말에 ‘부었다’며 말을 돌려보는 그 순간도 좋았다. 나중에는 아빠한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풉. 좋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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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친구 ‘빨간 머리 앤’과 함께 했다.
6화, 7화를 보며 앤은 어떤 신비로운 말을 꺼낼지, 어떤 일들을 벌일지, 어떤 모험을 할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들. 시즌3도 3번밖에 안 남았다. 앤의 성장기를 계속 계속 보고 싶은데 벌써 아쉬워진다. 틈틈이 수분을 채워주는 작은 활동. 보리차를 홀짝이며 보는 순간은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물 2리터 마시기. 계속 지켜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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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고 일어나 밥을 안친다.
찰지고 고소한데 감칠맛나고 자극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게 먹고 싶다던 그의 음식을 찾지 못했다. 그게 뭘까.. 나의 잠에 밀린 저녁 주문. 고민할 새도 없이 준비하는 치킨마요덮밥. 어제 먹다 남은 통닭 살을 발라내고 노릇하게 구워냈다. 에그 스크램블, 쫑쫑 썬 미나리, 간장에 조린 양파, 우리의 사랑 마요네즈, 맛을 극대화시키는 김가루를 준비했다. 재첩전도 굽고 양배추 샐러드는 매일 출석 중. 재료가 가득한 치킨마요덮밥은 대왕밥이 됐다. 간식은 딸기와 ‘작은 아씨들’ 영화. 오늘은 1995년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을 틀었다. 어제 거랑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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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신났다가도 금세 가라앉는다.
그래도 된다며 합리화를 하며 감정을 받아들여본다.
그립고, 보고 싶은 그 순간. 그때 그 사람, 그때 우리.
추억하게 되는 그런 날. 잔잔하게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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