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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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목요일,
자다가도 웃는 일이 생긴다.
쿨하게 이불을 휙 걷어차서 자는 것도, 그물을 치듯 이불을 휙 던져 덮어주는 것도, 잠결에 이마를 때리는 것도, 잠을 깨우는 몹쓸 잠버릇도 그냥 다 재미있다. 자기 전에는 혀 짧은 소리로 ‘잘 자’를 말하는 우리, 아침이 되면 1분이라도 더 자려고 알람을 모른 체하는 우리. 사소하고 소소한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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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위로 올라갔다.
차례대로 몸을 풀다 보면 여기가 요가 학원인지, 집인지 착각하기도 한다. 플랭크 자세도 낑낑낑, 복부 운동도 낑낑낑. 마음 잡고 3월부터 다니려고 등록했던 요가학원은 4월에도 못 나가고 있다. 요가꿈나무 요가낑낑이 이숭이는 4월 안에는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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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려고 옷을 갈아입었다.
민소매 옷이랑 편한 레깅스만 입었는데 운동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영화 ‘순정’을 보면서 페달을 밟으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운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음악이나 tv랑 같이 운동을 하나 보다.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옛날 음악들. 특히 A-ha의 Take On Me에서 흥 폭발하는 이숭이. 라라랜드 막춤 장면이 생각나는 것이 내적 댄스를 유발시켰다. ABBA 노래랑 같이 들으면 월요병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30분, 11km 달리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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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빠짐없이 달걀을 까먹는다.
우유 한 잔으로는 부족했는지 오후 2시쯤에 밥을 데웠다. 참기름 넣고 부추 넣고 감자 넣고 고추장 넣고 바삭하게 속까지 익힌 후라이까지 슥슥슥 비벼 먹었다. 처음 섞어본 조합들인데도 맛있다. 저녁을 적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내 계획대로 되는가. 밥만 안치고 저녁을 준비하려던 차에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통닭이 생각난다고. 그럼 어째? 시켜야지 통닭을. 우리의 처갓집 후라이랑 간장 세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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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을 틀었다.
양배추 샐러드를 꺼내서 같이 먹으면 어릴 때 즐기던 옛날통닭 느낌이랄까. 후라이드를 소금에 찍어먹는 남편과 머스터드에 찍어 먹는 나.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먹다가 어느새 많이 느려졌다. 배가 찼나 보다. 좀 이따 20분 동안 자전거 운동을 하는 남편. 당근 마켓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밖에 나왔다. 오늘도 활발한 중고거래의 현장. 집 앞엔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라일락 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하얀 잎이 방글방글 흔들리며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꽃이 질 때까지 우린 무례하게 코를 갖다 대며 킁킁거리겠지. 아, 봄이다. 진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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