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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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토요일,
눕자마자 잠든 나.
꽤 잘 잤는지 8시 반에 눈이 떠진다. 반면에 2시 반까지 놀다가 잠든 남편은 꿈나라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닌다. 몇 시냐고 물어보길래 40분을 속여서 알려줬다. 그 덕분에 우리 둘 다 9시 전에 침대 아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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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집을 나서는 두 사람.
가던 길을 멈춘다. 우리가 좋아하는 라일락 꽃잎에 코를 대고 킁킁킁 향기를 충전했다. 어쩜 이렇게 예쁜 향이 나는 거지? 어쩜 이렇게 예쁜 색일까. 하얀색과 연보라색. 이리 킁킁킁 저리 킁킁킁 애꿎은 라일락에게 비매너 행동을 보이는 우리는 그저 좋다고 깔깔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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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가서 마스크 두 장씩을 사고 시장으로 향했다. 매일 식재료가 떨어지는 것도 신기한 살림살이. 사과만 살 줄 알았는데 바나나 한 손과 레몬 한 개, 양배추, 깻잎을 담아 왔다. 마음 같아서는 꼬막도 사고 싶고 나물도 사고 싶었는데. 동네빵집에서는 식빵 두 개를 사 왔다. 매주 토스트를 만들어 먹다 보니 식빵 소비량이, 아니 식품 소비량이, 아니 엥겔지수가 높아졌다. 그다음 마트에 가서는 버터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꽃놀이를 못가도 주변에 있는 꽃들이, 살랑거리는 연두색 잎들이 상쾌하게 했다. 그런데 왜 이리 피곤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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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뭐 한 것도 없이 피곤한데 점심은 먹어야겠고 토스트를 만들기로 한다. 이제는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 재빠르게 움직인다. 에그 샐러드까지 만들고 정리하고 먹기까지 또 왜 이리 지치냐.. 드라마 ‘부부의 세계’ 3화를 보는데 내용이 내용인지라.. 또 지치고 만 우리였다. ‘아이고’, ‘하이고오’를 자주 외치게 만드는 이 드라마, 정말 숨이 막히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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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한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본격적으로 부엌에서 큰 일을 벌여본다. 나의 첫 베이킹, 마들렌 만들기 도전! 베이킹이 취미가 될지 노동이 될지는 오늘이 제일 중요하다. 레시피를 보고 계량대로 재료를 넣어야 하는데, 이미 실패. 중탕을 하면서 버터를 녹이고 섞어야 하는데 온도 재는 것도 실패. 체에 받쳐서 가루를 넣어야 하는데 깜빡해서 실패. 그래도 순서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갔다. 냉장고에서 1시간 동안 휴지 과정을 거치는 나의 첫 반죽.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지, 시계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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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을 짜고 예열해둔 오븐에 넣었다.
온도 맞추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닌데, 타이밍에 맞춰서 끄는 것도 어렵다. 마들렌 반죽이 익으면서 점점 올라오는 게 귀여워서 소리도 지르고 카메라도 연신 들이댄다. 그런 나를 보면서 웃는 남편과 함께 완성된 마들렌을 구경했다. 오오오, 태우지 않았다. 모양이 나온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때부터 두 판을 더 구웠나. 묽은 반죽 때문인지 모양이 푹 꺼지긴 했지만 나는 만족해.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룬 역사적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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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고 치우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9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저녁밥을 먹는다. 만두킬러들은 간단하게 찐만두로 결정했다. 매운 만두랑 고기만두와 함께 영화 ‘나의 마더’를 본다. 주제도 참신하고 좋은데 열린 결말이라 아쉽다. 알차게 쉬고 알차게 보낸 토요일이 지나가고 일요일이 시작됐다. 어우 피곤해. 이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