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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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일요일,
서쪽에서 해가 떴나.
8시 반에 일어나는 일요일이라니. 어차피 씻을 건데 땀을 조금이라도 흘리기로 했다. 안장통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자전거 운동.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영화 하나를 켜 두고 운동을 하는데 오늘따라 몸이 무겁다. 20분 6km도 겨우 완료. 하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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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랑 하나가 된 남편이 겨우 일어났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갠다. 이제 만들어 먹는 게 슬슬 귀찮아진 걸까. 햄버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꾸물거리는 우리는 마음을 잡고 부엌으로 들어선다. 잘게 썬 피클과 양파에 마요네즈와 후추를 넣어 섞는다. 빵에 소스를 바르고 양상추, 양배추 샐러드, 후라이, 치즈, 햄, 피클과 양파를 켜켜이 쌓아 올리면 끝.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진 대왕 햄버거. 비닐에 넣어서 한 입씩 와구와구 베어 먹는 재미가 있다. 귀찮았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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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 4화.
이 드라마 몰입감 무엇. 예측할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아이스커피를 벌컥 마시고, 둘이서 보는 내내 ‘아이고’ 오십 번은 말한 것 같다. 그만큼 답답하고 짜증 나고 무섭고 화나는 감정을 건드리는 드라마였다. 다음 주는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나올지, 어떻게 풀어갈지 몹시 궁금해진다. 아이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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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왕 남편이 다녀갔다.
사부작사부작 정리를 하더니 에어컨 필터를 갈고 오겠다고 한다. 그때 나는 뭐했냐고? 누워서 낮잠 30분을 자고 있었지롱. 설거지를 끝내고 마들렌 재도전을 준비했다. 오늘은 정량대로 해 봐야지. 버터를 녹이려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가 팡 터지는 상황 발생. 집은 버터 냄새가 솔솔.. 그럼에도 차분하게 반죽을 만들었다. 어제랑 비교해보면 벌써 반죽 색깔이 다르다. 휴지 시간도 더 늘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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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군분투를 하는 사이에 남편은 감자를 꺼냈다.
스위스 감자전 뢰스티를 만들겠단다. 예전에도 만들어 줘서 맛있게 먹었던 그 음식. 간을 맞추고 소세지랑 치즈까지 얹어서 약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나는 갑분코피. 갑자기 오른쪽 코에서 콧물, 아니 코피가 흘러나왔다. 오메. 당황스러운데도 감자전은 먹고 싶다. 한 입 먹자마자 눈이 똥그래지는 맛이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정주행하는데 마음은 감자전에게 뺏기고 만 우리. 진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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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마들렌 2번째 도전.
2시간 휴지 과정을 거친 반죽은 꽤 그럴듯하다. 이대로 팬에 반죽을 채워 넣고 구우면 괜찮을 것 같은데. 팬에 80% 정도만 넣어야 하는데, 가득 채워졌다. 오븐 앞에서 오매불망 이숭이. 마들렌 배꼽이 쏘옥 올라온다. ‘배꼽’이라고 표현하는 게 참 귀엽다. 어제보다 더 오동통했던 마들렌. 반죽이 많아서 좀 터지긴 했지만, 조금 더 발전한 것 같아 기쁘다. 바삭바삭한 식감에, 안은 촉촉한 빵 느낌. 우리는 그 자리에서 마들렌 여섯 개를 먹어버린다. 내일 다시 도전해야지. 마들렌 좋아. 내가 빵을 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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