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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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월요일,
남편한테는 마들렌 세 개를 챙겨줬다.
나는 나중에 먹어야지.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9시까지 잠을 잤다.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 대용으로 바나나 한 개랑 삶은 달걀을 한 개 먹는다. 오늘따라 집이 추워서 보일러를 살짝 틀어둔다. 흐린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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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옥이랑 관련된 걸 자주 본다.
영화 ‘하모니’를 보는데 눈물이 났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내가 이렇게 펑펑 쓰는 시간도 나중에는 엄청 그리워지겠지. 그다음 영화는 ‘만추’. 예전에는 이런 잔잔한 장르 영화의 매력을 몰랐다. 탕웨이의 연기는 무엇이든 잘 소화해내는 것 같다. 나 탕웨이 좋아하나 봐. 짙은 안개가 끼인 날, 바바리코트를 걸치기 좋은 늦가을에 다시 꺼내보고 싶어 질 것 같다. 제목도 먹먹한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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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계란죽을 데워 먹었다.
역시 만복 상태에는 잠이 찾아오리라.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하고 침대로 갔다. 한 시간.. 두 시간이나 잤다. 누워서 엄마랑 통화를 한다. 주말에 엄마는 감자 옹심이를 만들려고, 집에 있는 감자를 다 꺼내서 갈았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그러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내게 소고기국을 추천하는 엄마. 갑자기 엄마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나 조만간 소고기국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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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질꼬질함을 떨쳐냈다.
거침없이 앞머리를 잘라냈더니 세상 개운한 모습. 5시는 밥을 안치는 시간이다. 빈 통에 조를 채워 넣다가 쏟아서 조 파티. 빈 통에 소금 채워 넣다가 쏟아서 소금 파티. 부추 손질하면서 쏟아서 부추 파티를 벌였다. 아이참. 황급히 치우고 저녁을 차린다. 메뉴는 추어탕, 해물완자, 양배추 샐러드랑 부추 무침. 국물에 밥을 시원하게 말아서 먹는 나. ‘식성이 좋아졌다’고 했더니 ‘원래 좋았다’고 말하는 남편이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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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다 말고 딴짓을 했다.
남편이 보는 세차 영상을 보거나, 인터넷을 구경하거나, 마들렌을 가지러 간 소리에 쫑긋하는 이숭이. 시험기간에 공부 빼고 다 재미있는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있는 이숭이의 월요일 밤. 자러 갈래.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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