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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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수요일,
7시 반에 맞춰 놓은 남편의 알람이 꺼졌다.
헤롱헤롱 달콤한 잠에 빠진 그는 9시까지 이불속에 폭 안겨 있다. 어제 분명히 리듬을 안 깨려고 일찍 일어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쉽지 않나 보다. 나는 웬일로 8시에 일어나 씻고 거실로 나왔다. 소리를 줄여서 아리에티를 만나던 중에 남편이 나왔다. 여보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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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를 했기 때문에 휴일을 보내고 있는 우리.
간단히 사과랑 바나나, 삶은 달걀로 아침을 먹는다. 오랜만에 남편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려주는 다정한 아내로 변신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12화를 보다가, 엄마 아빠가 보내신 택배를 받고 한참을 기뻐했다. 핑크 핑크 봄이 가득한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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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마켓 고객은 오늘도 거래를 했다.
물건을 받고 시금치를 사러 시장에 갔는데, 바나나, 달걀 한 판, 상추랑 양파 등 여러 채소들을 다 담아왔다. 지름신이 왜 시장으로 왔나. 그러다 반찬가게의 물김치를 찾으러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근처 서점에도 잠깐 들렀다가, 반찬 말고 김밥이랑 닭강정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집밥 해 먹으려고 시금치 사러 갔는데 왜 바깥 음식을 사 왔지? 뭔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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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땡초는 매워서 땡초를 골라내고, 오이는 안 좋아하니까 골라낸다. 쇽쇽 빼놓으면 사라지는 땡초랑 오이는 남편 입 속으로 들어갔다. 드라마 13화를 보다가 낮잠 한 시간을 넘게 자고 일어났다. 그 사이에 남편은 옷을 개고 걸레들을 빨아놓고, 차에서 짐을 챙겨 왔다. 그의 부지런함에 박수를.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소화가 잘 안 되는지 속이 꽉 차있다. 밥을 먹기엔 부담스러워 콘칲이랑 보리차로 간단하게 먹었다. 14화까지 보니까 오늘 하루 끝.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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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내일 아침이면 희비가 엇갈리겠지.
과연 나의 투표는 잘 반영이 되었을까.
우리의 투표는 더 옳은 길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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