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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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일요일,
눈에서 벌레가 나오는 꿈.
징그럽고 무서운데 내가 빼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기에 용기를 냈다. 으. 다시 떠올려봐도 너무너무 징그러워. 꿈을 세네 개를 꾼 데다 속이 불편했다. 여느 일요일에 비해서 몸이 무겁고 피곤한 아침이었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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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물 한 잔과 사과 한 조각으로 괜찮아졌다.
남편은 결혼식에 갔고, 남편 친구랑 같이 삼덕동으로 향했다. 시원한 허브티 한 잔을 들이키며 바깥을 내다보는데 날이 참 좋다. 바람은 불어도 하늘이 깨끗해서, 나무들이 살랑거려서 모든 순간이 싱그러웠다. 봄날이네 봄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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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집중하는 우리.
본의 아니게 양파랑 토마토만 남겨졌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 근처를 살짝 걷기로 했다. 뭐야, 사람들이 많네. 식당 밖에서 줄을 서가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우리도 바깥이지만 다들 돌아다니나 보다.. 한 20분 정도 걸었나. 햇살이 따사롭다. 광합성 하나에 행복해지는 이숭이. 엽서랑 포스터, 그리고 소보루빵까지 샀으니 행복을 다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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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외출이었지만 만족스럽다.
집에 오자마자 호다닥 씻고 침대에 드러눕는다. 잘 놀고 왔으면서 늘 하는 말. ‘집이 최고네’. ‘집이 좋으면서 왜 이렇게 나가려고 하는지 몰라’.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나태구렁이가 되는 오후. 자연스럽게 낮잠까지 이어지는 이숭이의 수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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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고구마 과자를 먹으면서 슬램덩크 만화를 보고 있다.
그러다 폰을 가지고 놀고, 얼마 전에 만났던 하트코 사진을 꺼내 보고 있다. 벌러덩 바닥에 붙어 있는 걸 좋아하는 눕는 사람들 원 투. 속이 안 좋아 밥 대신에 과일을 먹겠다던 이숭이 어디로 갔나. 남편이 머그면을 꺼내올 때마다 한 젓가락씩 뺏아 먹더니 국물까지 마시고 만다. 그다음은 과일을 먹고 누네띠네도 한 개씩 나눠 먹었다. 나 아까 소보루빵도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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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부부의 세계’를 쉬기로 했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드라마라 점점 손이 가지 않는다. 그 대신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4화에 흠뻑 빠졌다. 잔잔하게 울고 웃는 이런 드라마가 참 좋다. 다 보고 나서 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폭풍 칭찬해주는 나, 같이 분리배출을 하러 나갔다 오는 우리, 고맙다/미안하다/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우리. 오늘 하루도 소소하고 행복했던 순간들로 꽉꽉 채웠다.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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