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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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금요일, 남편을 보내고 아침 일찍 전화기를 들었다. 양가 부모님께 전하는 감사인사들. 직접 뵈었으면 좋았을 어버이 날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든 게 생략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은 꼭꼭 담아서 전해드렸다. 늘 감사하다고, 보고싶다고 조만간 꼭 만나자고. 곧 이어 남편도 부모님들께 전화를 드렸다고 했다.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우리는 오늘도 참 다정하다. . 슬프지만 웃긴 꿈을 꿨다. 개 이름을 애타게 불러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가기 전에 씻겨야 하는데 어디 간 걸까. 두리번 거리다 발견한 세상 팔자 좋은 하얀 개가 배를 드러내고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요고 요고 참. 꿈에서 깬 나는 속이 쓰려서 크래커 한 개를 뜯어 재빠르게 먹는다. 요것도 음식이라고 속이 달래지는 것 보소. . 눕는 게 일과인 하루. 그러다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전복죽을 데웠다. 생각보다 잘 들어가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 오후 늦게 사과랑 키위를 먹자마자 바로 내보내기 전까지만 괜찮은 거였겠지.. 아으 아으.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비웠으니 또 채우고 싶은 이숭이 아닌가.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김밥이랑 떡볶이를 주문해두기로 한다.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채. . 현관문 소리에 강아지처럼 귀가 쫑긋거린다. 금요일이라 기분 좋은 우리는 개다리춤꾼. 김밥이랑 떡볶이, 서비스로 준 우동 국물이랑 만두까지 펼쳤더니 한 상 가득이었다. 먹기 전에 국물을 다 쏟는 퍼포먼스 하나. 김밥이 매워서 콧물 쏟는 퍼포먼스 둘. 신나게 다 먹고 그대로 변기로 보내버리는 퍼포먼스 셋. 하이고. 잠시라도 행복했으면 됐지 뭐.. . 속을 달래려고 남편이랑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5월은 장미의 계절. 주택가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짝 핀 장미가 눈에 띄게 보였다. 오늘따라 동네 고양이들도,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많이 보인다.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는 길에 요플레랑 참외를 샀다. 집에 가자마자 두 개를 뜯어 순식간에 비우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6화를 본다. 갑자기 울렁울렁 속이 일렁이더니 화장실을 달려가고 마는 이숭이. 거울 속에 보이는 나는 눈물 콧물 쏙 뺀 못난이였다. 혹시.. 입덧이 이제 시작인 걸까..? 그런 걸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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