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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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토요일,
입덧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다.
냄새에 예민해지는 냄새덧, 체한 듯한 체덧, 잘 먹는 게 아닌 먹어야만 속이 편해져서 먹을 수 밖에 없는 먹덧, 침을 삼킬 수 없는 침덧, 양치질을 할 때마다 구역질하는 양치덧 등등. 입덧이 없는 복 받은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여러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 냄새에 약해지고 체한 듯이 속이 불편한 상태.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을 하고, 먹어야 조금 편하다가도 요즘은 하루에 세 네번은 변기통을 붙잡는 중이다. 입덧 외에도 증상들이 다양해서 입이 떡 벌어진다. 엄마들은 어떻게 참았을까. ‘엄마들은 대단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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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로 시작하는 아침.
키위랑 참외를 깎고 남편은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내렸다. ‘낭만닥터 김사부’ 7화를 틀었다. 의사생활도, 삼시세끼도 봐야 하는 바쁜 우리의 주말. 나는 김밥전을 먹고 남편은 소고기국이랑 밥을 먹었다. 한 끼 든든하게 먹고 외출을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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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에 속을 비웠다.
울렁이는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 화장실로 향했다. 나혼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남편이랑 밖으로 나간다. 요즘은 마스크말고도 준비물 하나가 늘었다. 언제 터뜨릴 지 모르니 검정색 비닐 봉지를 하나 챙겼다. 부디 집에서 해결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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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서 사과랑 오렌지를 샀다.
남편은 오징어 세 마리를 담았고, 동네빵집에 들러 초코케이크 하나도 샀다. 집 앞 마트에서는 토레타랑 양배추 반 통을 담았다. 그리 자주 먹지 않던 과일을 먹느라, 바깥 음식을 먹느라 생활비가 쭉쭉쭉 나가고 있는 우리집 가계 상황. 그럼에도 끊임없이 먹고 싶은 거를 말하면 다 오케이를 외치는 남편 덕분에 감사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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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뭐 하는 것도 없이 지쳤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을 때 남편은 자유시간을 가지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고 왔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며 하트 뿅뿅. 나의 털들도 정리하고 싶어지는 마음. 금세 저녁시간이 다가와 전복죽을 데웠다. 나를 위해 끓인 죽은 남편이 먹고, 나는 피자를 먹었다. 아메리칸 스타일인가. 토요일 저녁은 ‘삼시세끼’를 보면서 낄낄낄 웃는 시간. 이제 남은 건 공포의 양치질. 나 오늘은 평화롭고 싶다. 목구멍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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