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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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일요일,
대학생이 된 이숭이.
영어 수업도 듣고 부랴부랴 급하게 들어간 곳은 토론 수업. 안 그래도 말 못하는 내가 어버버버 논쟁하는 강의를 신청하다니. 이건 꿈일 거야. 꿈. 아찔해 하던 순간에 눈을 떴다. 어우 다행이다.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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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와 문이란 문은 다 열어둔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온 날. 하늘도 맑고 공기도 깨끗하다. 얼마 전에 새 잎을 내밀던 고무나무잎이 조금씩 펼치기 시작했다. 그 옆에 또 하나가 빨갛게 바뀌고 있다. 이거 너무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네. 곧바로 남편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이파리를 닦아주는 다정한 남편 등장이요. 고무나무를 보면서 나무한테 나무의 신비로움을 알려준다. 나무야 신기하지. 초록색 이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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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잔치를 벌인다.
오렌지랑 키위, 사과랑 참외. 그리고 내가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 어제 사 온 초코케이크를 앞에 두고 앉았다. 부디 속이 좋기를 바라며 과일이랑 케이크를 번갈아 가면서 입에 넣는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낭만닥터 김사부’ 8화 9화를 연달아 봤다. 동네빵집 케이크 진짜 맛있어. 어쩜 이렇게 쫀득하고 달달할까. 세상이 달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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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괜찮은 날인가 보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 졌다. 주문을 하려고 폰으로 알아보다가 남편을 쳐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눈빛을 보내온다. 아, 나가고 싶구나. 자유시간을 갖고 싶다는 걸 캐치했다. 굳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남편에게 늦게 와도 괜찮다며, 오락실이나 가고 싶은 데 갖다와도 된다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남편이 귀여워서 웃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갔다온 남편은 빅맥을 꺼냈다. 나는 자두칠러 남편은 콜라를. 새콤달콤 자두 맛있네. 오늘 왜 이렇게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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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10화를 보고 낮잠을 자러 갔다. 다시 찾아온 남편의 자유시간. 남편은 슥삭슥삭 톱질을 하더니 목공놀이를 했고, 빨래를 개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일어나자마자 요플레 하나를 비우고 남편의 요리를 구경했다. 오징어 세 마리를 손질해서 만든 그 남자의 오징어덮밥.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 남편이 짜잔! 만든 순간 분수토를 하고 말았다. 아이참. 하지만 나는 비워냈으니 또 먹을 테야.. 속도는 느려도 몇 숟가락을 맛있게 떴다. 여보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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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책을 하고 돌아온 우리.
속이 안 좋다고 집에 계속 가고 싶어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또 화장실행. 오늘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쩐지 음식이 잘 들어가더라. 운수좋은 날 같았던 하루. 양치질만 잘 넘기면 좋겠네. 내 일기가 이렇게 지저분하게 기록될 줄 꿈에도 몰랐네.. 진정 난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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