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5월 12일 화요일, 자다가 이불을 휙 덮어줄 때면 들려오는 목소리. ‘으 추버라’. 그 와중에 사투리를 쓰는 게 귀여워서, 이불을 보물처럼 대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을 짓곤 한다. 요즘같이 알쏭달쏭한 날씨에는 이불을 잘 덮고 자야 해. . 어제 남편이 시도한 찜질방 달걀 만들기는 대 실패였다. 껍질을 까 보니 속이 허연 것이 그냥 삶았구만. 사과 한 개, 방울토마토 여섯 개, 삶은 달걀 두 개를 통에 넣어주고 물이랑 대추즙을 옆에 놓아둔다. 남편이 씻고 나올 때쯤 맞춰서 깨방정 스텝으로 대기하는 이숭이. 오늘도 우리는 둘 만의 코드로 즐거운 하루를 시작했다. 굿모닝 여보. . 요즘은 도통 기운이 없다. 쓰린 속을 달래려고 꺼낸 참 크래커. 평소에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 과자를 소중하게 지니고 있다. 심지어 속이 괜찮아진다. 이 가소로운 맛에 빠져들기도 했다. 와우. 나중에 참 크래커 한 통 더 사와야지. 어쨌든 충격의 크래커였다. 내 돈주고 이 과자를 사 먹다니.. . 사과랑 참외를 깎아 먹는다. 낮에는 밥은 생각나지도 않고 그나마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건 과일이었다. 요플레 하나를 먹고 이내 드러누웠다. 무기력하지 않으려고 음악도 바꿔 듣고 재미있는 영상도, 책도 읽어보지만 잔잔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고양이랑 강아지 동영상을 보면서 배시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괜찮다가도 남편 퇴근 시간만되면 속이 이상해지는 건 또 뭐람. . 바깥음식이 먹고 싶어 졌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집 음식이 아닌 어떤 것. 남편에게 연락을 했더니 ‘통닭’이라고 했다. 바로 접수. 우리가 즐겨 먹는 처갓집 양념통닭을 시켰다. 오랜만에 먹는 간장이랑 후라이드 반반. ‘낭만닥터 김사부’ 12화를 보면서 잘 먹고 잘 놀았는데.. 다시 터지는 울렁울렁 웨이브. 결국 화장실에 연달아 두 번 가서 분수토를 게워냈다. 하. 잠시나마 행복했던 통닭의 세계. 잘가라 통닭..

작가의 이전글20200511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