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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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수요일,
꿈 속에서 스낵면이 참 맛있었는데.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몸은 피곤해도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돕는다. 사각사각 사과를 깎고 방울토마토를 씻고 삶은 달걀 한 개를 까주는 아침. 마스크를 빼 먹은 건 아닌지 챙기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나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독침 발사! 리얼하게 쓰러지는 모습에 빵 터지는 우리의 시간, 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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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를 달고 사는 이숭이.
자연스레 늦잠까지 이어지고 나름대로 챙겨먹던 점심은 더 허술해졌다. 빈 속을 달래기 좋은 크래커. 이번에는 아이비를 뜯었다. 참 크래커보다 더 짭짤하지만 기름기가 적은 느낌. 반대로 입이 작은 나에게는 쪼개서 먹기 좋은 참크래커가 더 맞는 것 같다. 여전히 가소로운 맛이지만 이거라도 들어가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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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음료를 두 병이나 비웠다.
그리고 돼지바랑 매운 새우깡도 신나게 뜯어 먹었다. 오, 오늘은 괜찮은 것 같다며 방심을 할 때면 찾아오는 미식거림.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오는 배꼽시계 같은 울렁울렁증. 하루종일 괜찮았는데 뒤늦게 매운 새우깡을 보내고 왔다. 그 뒤로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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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저녁을 차리기 힘든 상태가 됐다.
오늘 메뉴는 명란마요 파스타. 버섯과 햄, 마늘을 넣고 야무지게 만들어 먹는 남편표 파스타. 온갖 재료를 넣고 맛있게 만들어지는 순간 풍미가 부담스러워진다. 혼자 방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냄새를 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요플레랑 참외로 배를 채웠다. 맛있게 먹었다고 느끼던 그 순간 또 그대로 화장실행. 하, 나는 밤이 힘든 사람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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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쐴 겸 마트에 다녀왔다.
며칠 간 할인을 한다기에 큰 장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토레타 두 개, 우유 한 개, 아이스크림, 만두랑 컵라면, 시리얼을 샀다. 사은품으로 받은 회색 대야 하나. 대야가 또 생겼다. 흐흐. 부디 시리얼이 입에 맞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샀지만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지금이라도 평화로운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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