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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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토요일, 6시 30분에 울리는 알람. 나도 덩달아 깼고 남편은 아침 일찍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떠났다. 삶은 달걀 하나 까주고 가는 길에 먹으라고 챙겨준 과일. 졸린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선 남편과 그대로 두 시간을 넘게 자고 일어난 나. 속쓰림 방지에 좋은 크래커는 오늘의 아침이요. 부디 괜찮은 하루였으면. . 친구네 아기 돌잔치에 간 남편. 한참을 딩굴거리다가 청소를 시작했다. 아, 일단 배부터 채워야지. 조금 남은 시리얼을 그릇에 붓고 후루루루룩 들이켠다. 오늘따라 유난히 흐린 날씨지만 세탁기를 돌리고 화장실 청소를 끝냈다. 고무나무 잎을 닦아주고는 시원하게 물을 뿌려준다. 요새 열심히 자라고 있는 고무나무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짐까지 챙기고 나니 그가 돌아왔다.
. 갑자기 우리는 통영으로 왔다. 설날 이후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묶여있던 대구살이. 엄마 아빠 품이 그립긴 해도, 행여나 위험할까 봐 참고 또 참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요즘 적잖게 입덧을 하고 있는 상황 덕분에? 엄마는 나를 기꺼이 소환했다. 두 시간을 달려온 익숙한 길. 바다가 있는 통영이다. . 수박을 해치웠다. 얼마 후 본격적인 저녁식사 시간. 불고기랑 소고기국을 정말 열심히 먹었다. 어, 대구에서는 밥 냄새만 맡아도 몸이 이상했는데 왜 여기서는 밥이 술술 들어가지? 밥 그릇에 밥을 몇 번이나 더 담았는지 기억 안 날 정도로 먹었다. 그리고 수박 먹고 사과즙 마시고 또 참외 먹고. 굳이 만복상태를 만들고 마는 이숭이였다. . 아빠 엄마는 트롯대항전에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아빠는 송가인 때부터 애청자, 이번 미스터트롯은 두 분이서 빼먹지 않고 봤다고 하신다. 뭐야 뭐야. 그렇게 시작된 나의 미션. ‘아빠 폰에 트로트 노래 리스트 추가하기’. 뿌듯할 정도로 채워 넣은 100곡 넘는 노래들. 아빠가 행복하다면야. 흐흐.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 남편 덕분에 나는 고향에 왔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저 행복한 하루였다. 남편 만세 만세, 나무 만세, 엄마 아빠 만세. 우리 모두 PEACE.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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