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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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화요일,
잠깐 눈을 떴더니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었다.
모닝콜로 목소리 한 번 듣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남기고 나는 다시 쿨쿨쿨. 그 때가 7시 조금 안 됐는데 다시 눈을 뜬 건 9시쯤.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내 옆에 눕는다. 비몽사몽 수다떠는 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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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커 대신에 고구마랑 두유를 꺼냈다.
요즘은 새콤한 과일보다는 달달한 맛이 좋고, 떡이나 밥,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이 꽤 잘 들어가고 있다. 오늘도 나의 상태가 괜찮을 것만 같은 느낌. 나무야 우리 오늘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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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주신다는 아빠.
오늘은 샤브샤브. 엄마 옷을 빌려 입고 네 명이서 점심을 먹었다. 오메, 고기도 잘 들어가고 통닭, 오징어튀김, 여러가지 야채와 음료수가 끊임없이 들어간다. 잘 먹어서 보기 좋다며 사이좋게 라이스페이퍼로 쌈을 싸 먹는다. 죽이랑 칼국수까지 먹고 꽉찬 배부름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폰 대리점에 가서 아빠 엄마 폰 바꾸는 걸 구경하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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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했던 걸까.
물 한 잔과 약을 먹고 들이켜는 순간 화장실로 달려간다. 목까지 차올랐던 게 화근이었을까. 변기를 붙잡고 그대로 다 보내버렸다. 약이며 샤브샤브며 죽이며 등등등. 그 자리에서 분수토를 세 번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참 많이도 먹었다는 것을. 적당히 먹었어야 했음을.. 잠시나마 행복했다. 잘 가라 샤브샤브.. 진이 다 빠져서 누워서 휴식시간을 가져본다.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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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폰에 필요한 정보들을 입력하면서 새 폰을 만져본다. 그리고 저녁은 김밥. 내가 지쳐 누워있을 때 엄마는 쉬지 않고 김밥 열 줄을 싸셨다. 둘이서 김밥 한 줄씩이랑 수박을 나눠 먹고 저녁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퇴근해서 치킨마요덮밥을 열심히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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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재미없는 TV채널을 수십 번 돌리고 있을 때 나온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우리의 신혼여행 추억들. 새벽 네 시반에 하루를 시작한 아테네 여행, 낙소스섬과 산토리니. 아 그리워라 그리스.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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