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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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목요일,
잽싸게 고구마랑 두유를 먹고 렛츠고.
아빠는 운전 담당, 엄마는 간식 담당, 나는 입 담당. 그렇게 해서 떠난 산양면 나들이. 날이 더워질 걸 알고 오전 일찍 밖으로 나왔다. 주차를 해서 1킬로미터 정도 오솔길을 지나면 나오는 산유골 수목공원. 우리를 반기는 아리따운 목소리를 가진 새와 함께 초록길을 걸었다. 저수지와 동네 개들,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 덕분에 우리 모두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왔다. 공원보다 초록초록 나무숲길이 더 마음에 들었던 이곳에 남편이랑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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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이 정도였지..
햇살 아래 살짝 걸었다고 바닥난 체력. 그럼에도 셋이서 양산을 쓰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걸었던 순간이 좋았다. 정자에 앉아서 땀을 식히고 민속보리밥집에 가서 보리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게가 들어간 된장찌개가 어찌나 칼칼하고 시원하던지. 일어나기 직전까지 계속 국물을 떠 먹고 있는 나였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왔다. 낮잠이 찾아올 확률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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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
곯아 떨어진 나는 저녁시간이 될 때쯤에 눈을 뜬다. 갈증에 갈증으로 유산균 음료랑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마지막은 뽕따 아이스크림. 달달하게 비우고 엄마의 밥상이 내 곁으로 다가오자마자 화장실행. 갑자기 터뜨린 구토로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미 지나간 일. 들깨죽이랑 밥으로 속을 달래준다. 나중은 모르겠고 일단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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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가 생각난 아빠.
사과즙이 생각난 나.
아빠는 냉장고에서 고구마를 꺼내왔고 나는 사과즙을 꺼내러 갔다. 냉장고 문이 덜 닫혀서 열자마자 시락국 냄비가 땅에 호롤로롤로로 떨어졌다. 냉장고와 바닥, 내 옷이 순식간에 시락국으로 변했다. 해결사 엄마랑 같이 치우고 나서도 풍겨오는 그 냄새. 우리 시락국 핸드크림을 발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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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편이 빠진 빅맥.
미드를 보고 여름 이불 빨래랑 집 정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리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오늘도 하루를 꽉꽉 채우고 자러 갔다. 팩까지 하는 관리하는 그대여. 우리 곧 만나요. 여보, 나무아빠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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