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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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일요일, 방심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분수토. 어제 저녁에 먹은 떡볶이랑 튀김은 그렇게 안녕. 매운 걸 먹으면 확실히 목구멍이랑 속이 뜨겁다. 와르르르. 화르르르. 목을 부여잡고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식히는 밤. 어우. . 어젠 그렇게 덥더니. 새벽엔 한기가 돌 만큼 추워졌다. 방 문을 닫고 담요 하나를 감싸고 이불을 덮으며 돌돌돌. 갑자기 담에 걸린 담쟁이가 된 남편은 새벽에도 팔을 들고 담을 풀어보려 했다. 담 걸리는 거 너무 고통스러운 거 알기에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 담아 얼른 사라져라. . 아침 일찍 남편이 일어났다. 고구마랑 삶은 달걀을 먹는 동안에 담약을 꺼낸다. 너무 심하게 걸린 담은 약을 먹고 푸는 것도 좋은 방법.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가는 남편의 담이 빨리 사라지기를. 조심히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고 각자의 하루가 시작됐다. 점심은 달달한 고구마랑 고소한 우유, 책 읽기, 좋아하는 노래 듣기, 나무한테 말 걸어주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노래를 개사한 ‘나무야 나무야 뭐하니’.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낮잠, 땀을 지워주는 샤워, 바깥 구경. . 남편이 돌아왔다. 현관문에 들어선 그의 양손이 가득했다. 어마무시하게 큰 수박 한 통, 콩국과 커피. 내가 계속 노래를 불렀던 수박과 콩국수가 생각났나 보다. 내 생각을 하며 시장에 갔을 모습을 상상하니 온 몸이 간질간질해진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감사하다고 되뇌이는 시간. . 우리의 저녁은 콩국수. 면을 삶고 우뭇가사리가 들어간 콩국을 콸콸 붓는다. 얼음 동동, 방울토마토 세 알을 띄운 우리의 여름 별미. 집에서 콩국수를 먹는다며 신기해하는 우리가, 더위를 물리칠 속이 시원해지는 콩물이, 호로로록 잘도 넘어가는 국수가 다 감동이었다. 하동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며 신나게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간식은 와일드바디 두 개. 그리고 지금도 수박을 네모나게 반듯반듯하게 썰고 있는 그의 마음에 또 감사한 그런 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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