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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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화요일,
물 한 잔과 과일로 시작하는 아침.
참외, 토마토랑 자두, 삶은 달걀을 통에 담고 회사에 나가는 남편을 배웅한다. 이제는 출근 준비하는데도 날이 더워서 금세 지치곤 하는 그에게 필요한 파이팅 넘치는 말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나무와 함께 빠빠이 인사를 나누는 순간. 우리 셋이서 제대로 마주하는 날이 오겠지. 어떨까,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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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고 나서 별별 증상들이 나타난다.
2리터를 마시던 물이 버거워 하루에 물 세 잔을 마실까 말까할 정도. 어느날은 그냥 맹물도, 보리차도, 이온음료도 울렁거려서 다른 것들을 마시곤 했다. 결국 몸이 건조해지고 얼굴은 푸석푸석, 겨울철 피부처럼 각질에 이마 끝까지 좁쌀같은 게 오돌토돌 나 있다. 못난이숭이. 양치덧은 공포로 남아있고, 가끔 무기력한데다 소화가 잘 안되니 먹는 즐거움도 잃은지 오래. 그럼에도 뱃속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기쁨이, 대견함이 나를 견디게 한다. 무엇보다 아낌없이 표현을 해주고 정성껏 마음을 쏟는 남편이 있어 이 순간도 감사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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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사함으로 점심을 챙겨 먹는다.
남편이 구워준 고구마를 한 손에 쥐고 와구와구 베어 먹었다. 우유에 말아 먹는 시리얼, 알록달록 방울토마토는 간식. 이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불러지니, 평소에 먹던 양은 잊고 소식을 해야만 한다. 잊지 말자. 적게 자주 먹기. 적당히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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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에 빠진 나.
음악이랑 영상미가 좋아서, 낯선 사람을 알아가는 포인트들이 재미있어서 쭉쭉 챙겨보고 있다.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엄마랑 통화도 하는 오후. 목공놀이를 하느라 남편이 평소보다 늦게 퇴근을 했다. 손에는 커다란 네모상자와 콜라 하나. 지난 주부터 피자가 먹고 싶다며 노래 노래를 부르더니 소원이 이뤄졌다. 오예. 핫소스랑 갈릭소스를 마구마구 찍어먹는 우리는 오늘도 삼시세끼랑 같이 힐링시간. 그리고 갑자기 패션쇼도. 6월 중순도 이토록 잔잔하다니. 감사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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