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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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수요일, 대구는 30도만 돼도 지낼만 한 것 같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확연히 다르다. 어제도 추워서 문을 닫고 잘 정도였으니, 불쾌지수도 안녕. 더워서 깨는 것도 안녕. 만족스러운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이틀째 화장실을 달려가지 않아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해야할까. 오늘도 잘 부탁해 나무야. . 배가 고플 때 꺼내 먹는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방울토마토 여섯 개, 바나나 우유로 에너지를 채운다. 다 먹고 나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는 순간,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하트시그널에서 아는 노래가 나올 때, 책에서 멋진 구절을 발견할 때, 남편이랑 문자를 하면서 킥킥거릴 정도로 웃길 때, 누워있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나는 웃고 있다. 나와 나무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편인데 이런 사소한 감정을 나무도 느끼려나. 나무는 알까? . 남편이 요리책을 펼칠 때마다 나는 그의 행동을 막는다. 오이무침과 콩나물무침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의 의견은 금방 사라졌다. 저녁은 카레. 야채를 손질하고 밥이 완성됐을 때 남편이 집에 왔다. 먹기 좋은 농도로 카레를 끓이고 소세지를 굽는다. 나는 바싹 익힌 후라이를 척!하고 밥 위에 올렸다.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우리만의 영양만점 음식, 카레홀릭! 내일 점심도 카레다 오예. . 싱크대에 그릇을 놔두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산책하기 좋은 여름 공기와 함께 새로운 경로로 길을 걸었다. 차가 다니지 않아 한적한 곳. 개구리 소리가 잘 들리던 오늘. 외부환경이 방해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대화를 하곤 했다. 장발장처럼 빵 구경을 하고,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찾으러 다닌다고 바빴지만 멋진 산책이었다.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과자를 집어들 뻔했는데 남편이 나를 잘 끌고나왔다. 흐흐. 우리 또 걸으러 갑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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