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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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목요일,
새벽 4시, 빗소리가 들린다.
일정한 간격으로 톡톡톡. 쏴아쏴아 내리면 문을 닫으러 튀어 나갔을 텐데, 이 정도면 괜찮을 거라며 다시 눈을 붙인다. 똑 떨어진 온도에 오돌돌돌 떨고, 콧물이랑 재채기 대왕이 되어 버렸다. 재채기를 할 때마다 배 힘이 들어가서 아프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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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부터 걸려온 친구의 전화.
8시면 내겐 꼭두새벽이지만, 친구는 저 멀리 출근하는 중이라고 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누워 있는 나를 부러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천하태평으로 집을 지키고 친구는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열심히 놀았지만 더 열심히 놀지 못했던 대학생 시절을 아쉬워하는 우리가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 가다니. 응답하라 2006년. 다들 잘 지내니 오바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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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카레.
후라이를 바싹 구워 슥슥 비벼 먹는다. 간식은 방울토마토 여섯 개랑 돼지바 한 개. 하트시그널이랑 폰을 번갈아 보면서 그 시간을 즐겼다. 음식 맛을 제대로 알고,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속이 불편하지 않은 덕분이겠지. 이것 또한 감사한 일. 고마워 나무야. 내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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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도 카레.
뭐 먹을지 고민하지 말고 카레를 먹자. 한 번 맛있으면 질릴 때까지 계속 찾는 타입. 요 며칠 사이에 고형카레에서 가루카레 종류별로 만들어 보고 있다. 재료도 하나씩 늘어나는데 감자를 더 넣고, 남편의 의견에 완두콩도 숑숑 집어 넣었다. 후라이랑 소세지는 빠지지 않는 우리집 카레. 오늘따라 색감도 예뻐서 더 기분이 좋다. 내일 카레 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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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놀다가 갑자기 나가고 싶어졌다.
주섬주섬 챙겨서 집 앞 커피숍으로 출동. 커다란 우산 하나에 둘이 쏙 들어가 빗길을 걷는다. 에픽하이 ‘우산’이 자동으로 흘러 나온다. 마음을 후벼파는 윤하 목소리가 도드러지는 노래. 내 노래는 가사도 엉터리방터리, 음정도 제 멋대로. 둘이서 하트시그널 한 편 찍은 것 같은데 현실은 시트콤인 것 같다. 자바칩프라푸치노랑 부드러운 생크림 카스테라 하나씩 시켜 놓고우리네 사는 얘기, 인생 얘기로 가득한 커피숍 데이트. 커피숍 이게 얼마 만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