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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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금요일, 나는 먼저 곯아 떨어지고 남편은 혼자서 놀다가 두 시에 불을 껐다. 알람이 없어도 잘 일어나는 두 사람. 침대 밑은 위험한지 한참을 누워있다가 11시쯤 땅에 첫 발을 딛었다. 늘어지기 좋은 금요일 오전. 그 시작은 재채기였다. 어제부터 1음절 재채기를 하는 남편. 카레를 먹다가 ‘아! 짜!’를 외치는가 하면 오늘은 ‘햐!’라고 했다. 아무래도 어제는 본심을 담은 듯한 내면의 목소리였던 것 같은데.. 카레가 짰나? . 목표는 마트와 시장 다녀오기. 먼저 시장 빵집에 가서 크림꽈배기랑 핫도그를 샀다. 그러다 길에 자두를 쫘악 펼쳐놓고 파시는 이모야를 발견해서 충동구매로 자두 한 봉지를 사고, 자주 가는 야채가게에서 채소 몇 개를 담는다. 마트에서는 고기랑 샐러드, 카레를 사 왔다. 배가 고파서 여러 유혹에 넘어갈 뻔했지만 다행히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종착지는 맥도날드. 우리는 왜 장을 보면서 결국은 바깥음식을 사 먹는 걸까. 다 먹고 시원하게 분수토를 했다는 소문이.. 오랜만이야 화장실행. . 딱히 뭐 한 것도 없는데 오후 4시가 넘었다. 남편은 취나물을 손질해서 무치고 나는 카레재료를 준비해둔다. 감자 큼지막하게 두 개, 당근, 양파, 버섯, 청양고추랑 완두콩이면 끝. 그리고 사이좋게 후라이 하나씩 올리면 한끼 완성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18화를 틀어놓고 참 열심히도 먹었다. 며칠 째 똑같은 음식이지만 먹어도 먹어도 맛있어서 내일도 아마 카레를 데우지 않을까 싶다. 내 입맛이 바뀌기 전까지는. 다 먹고나서 기억이 통째로 사라졌다. 졸다가 기절했다가 깨다가 졸다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다. 우리 피곤했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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