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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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수요일, 스르르 잠든 새벽, 1시 반에 들어온 사람. 살금살금 화장실에 가서 바로 씻고 눕는 그 사람. 너무 신난 나머지 노래방까지 가서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했다.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금방 곯아떨어지는 그 사람. 반면에 헬기 폭발, 비행기 폭발과 침입자 꿈 때문에 공포에 떤 이숭이. 나의 밤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던. . 깼는데 눈이 너무 시리도록 아프다. 퉁퉁 부은데다 시큼거리는 게 불편하기만 하다. 그런 나보다 얼마 못 자고 일어나는 남편이 짠한 건 왜일까. 더 자고 싶다고 찡찡거리지만 책임감에 몸을 일으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따뜻한 꿀물과 ‘오늘 밤엔 일찍 자자’라고 말하는 것. 조심히 다녀오십쇼. . 몇 시간을 더 자고 일어나 3분카레를 데운다. 며칠을 먹어도 아직 안 질리나보다. 카레랑 먹으려고 달걀도 삶았는데 깜빡한 건 뭐람.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책을 읽고 폰도 만지고, 나무 초음파 동영상도 한 번 더 보곤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야 보이는 나무의 꼬물꼬물 움직임들. 다리를 번쩍 들었다가, 고개를 돌렸다가 나중에는 뒷 모습을 보여주던 나무가 귀여워서 배시시 웃는다. 왜 도치맘이 되는지 알 것 같다. . 6월 장마가 시작됐다. 수분을 머금은 공기, 자동차들이 젖은 땅을 밟는 소리, 토독토독 주룩주룩 빗소리,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더워질 때쯤 내리는 땅을 적셔주는 이 비가 그저 반가워 밖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 속이 안 좋은 남편은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서 건너뛰려다가 요플레랑 시리얼, 우유를 꺼냈다. 밤에 배고프면 참기 힘들 것 같아 혼자서 푹푹 떠 먹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기를 쓰고, 조용히 책 읽어야지.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지금까지 쿨쿨쿨. 이대로 잠들면 과연 내일까지 잘 것인가. 아니면 일어날 것인가. 원래 컨디션으로 얼른 돌아오라 오바오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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