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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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금요일,
빗소리에 잠들고 빗소리에 깬다. 6시 45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람소리를 잘 듣고 일어난 덕분에 서로의 목소리를 주고 받는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비가 오니까 더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을 하고 다시 눈을 붙인다. 이 때도 자세가 불편해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어느 순간에 훅 잠들고 말았다. 천둥 번개 소리도 못 듣고 10시 반까지 잤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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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지런하신 아빠 엄마. 10시 반이면 이미 엄청난 것들을 하시고도 남은 시간이라는 것을. 엄마의 요청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점심은 둘이서 우유에 죠리퐁을 말아먹었다. 아빠는 오늘도 비빔밥 냠냠냠. 책을 읽고 고양이식탁 게임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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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생들을 만났다. 우리집 앞까지 데리러 오는 친절함을. 실은 내가 와달라고 부탁했지만 흐흐흐. 나는 빵을, 동생1은 음료를, 동생2는 과일이랑 간식을 준비했다. 귀염둥이 아기의 재롱은 선물이랄까. 열심히 놀아줄 거라는 나의 각오는 어디가고 더위에 지쳐 늘어져 있었다. 열정을 다 쏟지 않았다는 걸 유노윤호가 알면 실망하려나.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들 덕분에 실컷 웃고 신나게 놀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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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는 하루종일 바쁘시다. 저녁엔 계모임을 가시고 병문안도 다녀오실 거라고 했다. 나도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임신 축하 선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사주신 동네 이모야. 삼겹살 3인분, 된장찌개랑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는 나를 보며 ‘잘 먹는 임산부’라고 했다. 해안도로를 걷다가 2차는 카페에서 다시 수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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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루의 모든 일에 감사해진다. 엄마 아빠가 곁에 있음에 감사함을. 누군가의 작은 일에 기뻐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대화 주제가 확장되는 새로움에 감사함을. 다정한 사람들의 다정함에 감사함을. 사랑을 잘 주고 받는 남편에게 감사함을. 잘 자라고 있는 나무에게 감사함을. 잊지 말자 사소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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