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7월 13일 월요일, 월요대청소로 시작하는 엄마의 하루. 나는 빗소리랑 청소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쿨쿨 잠자기 바쁘다. 내사랑 모닝콜을 위해 잠깐 눈을 떴다가 다시 쿨쿨쿨. 오전 9시 40분, 나무에게는 한 마디라도 걸어보려고 ‘나 이제 일어났어’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다. 고구마랑 우유, 방울토마토는 아침밥. 하루가 다르게 부쩍 늘어나는 몸무게가 부담스럽기만 한데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직 체중에 변화가 있으면 안되는데 아이참. . 다소 불편해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나갔다. 지난 번에 입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옆구리랑 배가 꽉 끼기 일보 직전. 셔츠로 배를 가리고 나갔지만 누가봐도 임산부처럼 보인다. 이런 내가 낯설지만 대부분의 감정은 감사함과 좋음으로 가득하다. 임신 중에 나타나는 신체 변화가 여러모로 감정의 기복을 선사하는 건 사실이다. 당연한 건데도 쿨해지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괜한 고민만 늘어갈 뿐. 화장실을 잘 가지 못하는 것, 평소 먹는 양보다 적게 먹었음에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위장, 옷장에 옷과 속옷이 없는 아이러니, 입덧으로 인한 잇몸이 약해지고 피가 나는 것, 복불복 양치질, 피부트러블,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불편한 수면 자세 등. 대충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생겨날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을지 괜히 겁이 난다.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해 이숭이. . 용화사에 다녀왔다. 비가 오는 날이라 더 한적한 절에서 엄마, 아빠, 나는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그저 건강하게만 해 달라고. 절을 하시는 엄마 아빠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빗소리, 시냇물 소리, 새소리 그리고 녹음 짙은 숲의 향기가 가득한 이 곳. 빽빽한 나무들이 뿜은 초록 공기에 황급히 마스크를 풀고 숨을 들이마신다. 신선한 공기를 나무에게도 주고 싶어서 후하후하. 나무도 그 상쾌함을 느꼈을까. 순간을 같이 공유하고픈 마음. 눈에 보이진 않아도 애정이 생기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 다이소에 갔다가 바깥 음식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내가 쏜다 쏜다! 오전부터 메뉴를 고민하다가 산낙지볶음으로 결정했다. 남편도 있었으면 참 좋겠구먼. 매운 맛에 약한 세 사람은 이 것도 매워서 후하후하. 화끈한 저녁밥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는 우리. 각자 우산을 들고 이슬비와 함께 저벅저벅 걸었다. 요즘 만보기 숫자 놀이를 좋아하는 아빠 엄마는 어느 정도의 걸음을 채우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다들 넉다운. 아유 피곤해. 잘 먹고 잘 놀았는데 너무 너무 피곤해. _

작가의 이전글20200712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