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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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화요일,
6시쯤 울린 비상벨.
오작동이었다. 자다가 나갔는데 금방 꺼지고 말았다. 엄마 아빠는 거실에서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계신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대학생 시절, 자고 있는데 울려대던 화재경보음에 다들 계단으로 뛰어 나간 적이 있어서 이 소리는 여전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새 잠들었는지 5분 차이로 놓친 모닝콜. 남편은 잘 일어나서 회사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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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에 마시는 푸룬주스와 물.
옥수수 반 개를 먹으면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아침 겸 점심 대용이었는데 나는 왜 또 밥을 먹고 있을까. 갈치구이랑 냠냠냠. 자두로 입가심을 하고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그러다 갑자기 복숭아 한 상자가 생겼다. 엄마랑 나를 예뻐해주시는 이모가 있는데 나 먹으라고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신 거였다. 전화통화로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깎아 먹는다. 아빠랑 사이좋게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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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집은 트롯과 뉴스로 꽉 찼다.
방에 누워 있는데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빠의 노랫소리. 원곡을 들어보고 몇 번을 따라 부르고 계셨다. 언제든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흥이 가득한 아빠의 목소리를 몰래 녹음해본다. 그리고 그 노래는 나중에 밝혀졌다. 영탁이 부르던 강진의 막걸리 한잔’이었음을. 그새 가사도 다 외우셨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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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돼지고기 묵은지찜.
지난 주에 먹고 또 먹고 싶다는 말에 또 뚝딱 만들어주셨다. 어른처럼 양파에 빠져 된장에 콕콕 찍어 먹었더니 아직도 양파향이 남아있다. 흐흐흐. 양파향을 뿜으며 산책을 다녀왔다. 뻐꾸기를 날린 덕분에 얼룩이도 만날 수 있었다. 밤 9시, 배가 고파졌다. 요즘 자주 느끼는 허기는 과연 나무 때문일까, 그저 나의 식욕일까. 우유랑 초코칩 쿠키랑 꺼내서 냠냠냠. 나무야 맛있니, 아니 이숭이야 맛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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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진료가 있어 치과에 다녀온 남편.
약을 처방받으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전개에 그도 나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아이참. 그래도 야채비빔밥을 해서 잘 챙겨먹어서 다행이라고, 영화 부산행을 보겠다며 잘 놀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자유시간을 잘 즐기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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