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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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금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걷었다.
그리고 오늘 날씨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본다. 방송보다, 인터넷 신문 기사랑은 다르게 조용한 날씨. 엇,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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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을 부릴 줄 알았는데 8시 반에 잘 나왔다.
1박인데 짐이랑 우리 모습은 5일짜리 여행이었다. 카메라에 우산, 슬리퍼, 과자, 연필이랑 수첩, 그 외 잡다한 것까지 다 챙겼다. 렛츠고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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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하동에 빠진 두 사람에게 갑자기 구례가 다가왔다.
좋아하는 밥집과 레트로 코오피숍까지 발견하고 이번 여행코스에도 그대로 넣었다. 제일 아쉬운 건 이젠 재첩국수랑 막걸리를 먹을 수 없다는 것. 참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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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부터 문을 여는 곳인데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뽕잎 한정식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 비우긴 했지만 절반 정도 먹었을 때부터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위가 좀 줄어들긴 했나 보다. 배를 둥둥 거리며 근처를 돌아보는데 까치도 제비도 아닌 새가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우연인 줄 알았는데 위협하는 거였다. 등만 보이면 슉슉 날아와서.... 살다 살다 새한테 공격을 받는 날이 오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아찔하다. 쫄보 둘은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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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장소는 티읕 카페.
사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17일 만에 커피, 아이스커피를 만나는 거라 마시기도 전에 떨린다. 고소하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있는 엘살바도르 커피 너무 맛있쩡. 분위기 좋은 노래만 나오는 이 곳에서, 변진섭과 김동률 노래도 계속 틀어주셨다. 지지직거리는 엘피판 노래랑 흐린 날씨랑 잘 어울려서 흥이 차오르기 시작한 이숭이. 김동률 콘서트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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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 한채 비밀의 정원으로 향했다.
쌍산재 고택은 오늘 코스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소. 여기서 이 세상 초록초록 기운을 다 받고 왔다. 쭉쭉 뻗어있는 대나무 숲, 새싹이 자라는 풀꽃들, 노란빛 초록빛 매실 열매, 이름 모를 녹색잎, 드넓은 잔디밭.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여있다. 고택 마루에 드러누워 편하게 쉬다가 사진도 부지런히 남기는 우리. 점점 하늘이 개고 화창해진 날씨 덕분에 더 소중한 추억이 된 듯하다. 초록이 그리울 땐 여기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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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먹었다.
위가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인가... 저녁은 돈까스를 먹고 사장님이 목련차를 한 잔 내어주셔서 또 비웠다. 깔깔 웃다가 어쩌다 보니 대나무 막대기 하나를 쥐고 있는 우리. 갑자기 대나무를 얻었다. 흐흐흐흐. 웃는 강아지랑 삐약거리는 고양이도 만났다.
마지막 장소는 민박.
주막을 기대했다가 갑자기 취소돼서 아쉬웠다. 읍내로 나가 물이랑 맥주 한 병을 사들고 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식겁할 뻔.... 주막은 아쉬워도 우리에겐 먹태가 있고 맥주가 있고 갈아 만든 배 사이다가 있고 과자가 있고, ‘응답하라 1997’도 있고, 제일 중요한; 당신이 여기 있으니 이 곳은 최고의 주막이리라. 오늘은 구례 러버. 내일은 하동러버. 구례하동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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