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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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토요일,
여행, 그리고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일찍 잠들 이유가 없었다. 둘이서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워놓고 잔잔한 노래를 듣는다. 그러다 폰으로 재미있는 영상이나 동물이 있으면 서로 보여주고 깔깔깔. 자연스레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우리만의 새벽, 두시가 지나고 있었다. 불이 날 것처럼 후끈후끈 화끈화끈한 내 발바닥에게도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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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창문 사이로 볕이 들어왔다.
자다가도 한 번씩 창문 쪽을 보면서 하늘과 날씨 상태를 확인했다. 동동동 구름 동동동 하동.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맑다. 7시 반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사장님의 능수능란한 플레이팅으로 화려해진 밥상, 정갈하고 건강식으로 차려져 있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럭저럭 먹을만했던 아침밥. 따뜻한 숭늉까지 든든하게 먹고 일어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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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마시고 싶어 하동읍까지 달려왔다.
휴무일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근처에 작은 카페를 찾아 떠났지만 또 휴무일.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예전에 갔던 양탕국 마을에 가기로 했는데... 그 사장님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셨다. 커피를 찾아 떠돌아다닌 우리는 시원한 양탕국 한 사발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속에서 카페인이 몽글몽글 돌 때쯤 커피 와인과 아포가토까지 깨끗이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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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 왔으니 먹어야 할 음식은 재첩.
재첩 맛을 알게 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하동에 워크샵 왔을 때 먹은 재첩국이 맛있어 어쩌다 보니 이틀 동안 세 번을 먹게 됐다. 섬진강 재첩국 맛을 알아버린 나는 이제 어른이 된 듯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갈 딱 이 시기, 5~6월에 재첩이 먹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재첩 정식으로 파티를 했다. 재첩전, 재첩국, 재첩 무침. 후루룩후루룩 재첩 만세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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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못 견디는 ‘식곤증’이 찾아왔다.
남편이랑 이야기하다가 금세 말이 느려지고 어느새 눈을 감고 있다. 편하게 자라는 남편, 아주 불편하게 꾸벅꾸벅 헤드뱅잉 하는 이숭이. 잠들고 싶지 않은데 잠드는 마법에 걸린건지... 결국 한 시간을 내리 졸았다. 이숭이 배터리 충전 완료. 남은 한 시간은 쫑알쫑알 떠들고 샤우팅 노래까지 부르며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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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최고다.
이 안락한 곳을 놔두고 우리는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나... 그 편안한 시간도 잠시, 남편은 볼일이 있어 서울로 향했다. 어제는 구례, 오늘은 하동, 대구, 서울.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는 남편은 홍길동이었나. 갑자기 우리는 자유시간을 가지게 됐다. 물 1리터를 마시고, 영어공부를 하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는 토요일 밤. 일상에 기쁨이 가득했던 1박 2일 우리의 여행도 끝. 아무 걱정 없는 지금 이 순간. 오늘은 침대 한가운데에서 대자로 뻗어 자야지.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