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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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일요일,
8시에 눈을 떴다.
그것도 일요일에, 꼭두새벽에. 잘 자고 있는 남편을 바라봤다가 슬쩍 건드렸다가 혼자서 폰을 가지고 놀았다. 나무도 아침부터 꿈틀꿈틀 나도 꼼틀꼼틀. 몸을 일으키고 튼살크림을 여기저기 듬뿍 발랐다. 생각나는대로 자주 자주 발라봐야지. 선이 연해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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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가 일찍 일어난 게 신기한가 보다.
심지어 하이톤으로 말을 걸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이숭이가 좀 부담스러운 것 같기도. 우유랑 빵을 먹으면서 ‘정직한 후보’를 틀었다. 라미란스러운 영화랄까. 정봉이 엄마가 떠올라서 피식피식. 재미있긴 한데 우리의 시나리오 안에서 움직이는 내용들이 많아서 아쉬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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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으니까 누워야지.
누워서 딩가딩가 놀다가 또 각자 시간을 보낸다. 나름의 루틴처럼 나는 네모 로직을 하고 남편은 숟가락을 깎고 있었다. 오늘의 DJ는 바로 나야 나. 너무 신이 나버린 탓에 흥신흥왕이 되었다. 노래들이 왜 이리 좋은지. 여기서 2차 흥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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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썼으니 또 먹을 시간이 됐다.
남편은 다이어트 도시락을 뜯고 나는 비비고 죽을 꺼냈다. 각자의 음식에 터치하지 않고 먹는다. 먹으면 잠이 쏟아진다던 그는 누워서 낮잠 쿨쿨쿨. 나도 옆에서 놀다가 낮잠 쿨쿨쿨. 자는 사이에 거실에 나가 영화 ‘블랙팬서’를 보고 있던 그는 새우깡을 뜯는 소리에 이숭이 기상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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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과자를 먹고 포도를 먹고 또 다시 딩굴딩굴.
또 누워서 각자 놀다가 주제를 던진다. ‘저녁엔 뭘 먹을 것인가?’. 추어탕, 라면, 라면, 통닭 후보들이 지나가고 그 중에서 선택된 왕뚜껑들. 호로록호로록 면치기를 즐기고 또 다시 새우깡을 뜯고, 이제 또 따로 노는 중. 동률님 노래 모음으로 3차 흥숭이. 오늘 하루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늘어져있었다. 먹고 놀고 자고 먹고 먹고. 내 목구멍은 뜨겁지만, 감사하게도 나무도 혼자 잘 놀고 있었던 하루. 이제 또 잘 시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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