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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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수요일,
적게 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피곤한지.
비가 오는 날이면, 흐린 날이면 중력에 지배당하는 듯한 무거움을 느낀다. 둘 다 일어나기 힘들어 낑낑낑 골골골. 바깥은 아직 어둡기만 한데 7시라니. ‘오늘 일찍 자자’고 진심 가득한 말을 건네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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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다 깼을 때도 나무는 혼자서 잘 놀고 있었다.
탄탄한 집이라도 짓고 있는지 툭툭 탕탕탕 두드렸다. 잠결에도 손을 배 위에 올려둔다. 조금이라도 나무를 더 느껴 보려는 나의 마음이라는 걸 알까. 남편은 출근하고 혼자, 아니 나무랑 둘이 다시 누웠다. 나무가 움직일 때면 이제는 얼굴과 자세가 생각나서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 아가라 귀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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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매트를 펼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요가학원을 다닐 때 했던 것들을 떠올려 쭉쭉 움직여 본다. 발가락을 당기기도 하고 다리를 팡팡 털기도 했다. 유튜브 선생님과 함께 하는 관절 운동 20분. 테이블 모양에서 고양이 자세를 하고 허리를 동그랗게 말아올릴 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찌뿌둥한 몸이여 잔뜩 힘을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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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떡국 파티.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먹는 떡국이 내 스타일이었다. 굴 육수를 내고 만두랑 떡국가래를 넣고 팔팔 끓였다. 휘이휘이 푼 달걀물도 넣고 파도 넣으면 끝. 한 그릇을 비우고 쿠크다스 다섯 개를 입에 탈탈 털어 넣었다. 이러니 살이 찌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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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되면 밥을 안친다.
최근에 산 현미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빨리 먹어서 없앨 생각이다. 메뉴는 불고기랑 추어탕, 깻잎과 샐러드. 불고기에 미리 불려둔 당면과 팽이버섯, 청양고추를 넣어서 구웠다. 달달한 소스를 넣은 샐러드와 함께 먹는 오손도손 저녁밥. 그러다 또 다시 꺼내는 나무 초음파 사진. 모든 얘기의 끝은 나무. 기승전나무. 도치아빠 엄마 여기 있어요. 아기가 우리에게 여러모로 변화를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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