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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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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목요일, 어뜨무러차! (어린아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내는 소리의 순우리말) 우리집에서도 이 감탄사가 종종 들리곤 한다. 남편이 아침에 종종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눈치없이 울려대는 알람을 끄고 자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킬 때 어뜨무러차!를 외친다. 뭔가 웃기면서도 짠하고 재미있고 그렇네. . 며칠 째 속이 좋지 않은 그는 시리얼도, 과일도, 물 한 잔도 마다했다. 점심도 밥 대신 죽을 먹을 거라고 한다. 장염 증상 같기도 한데 뭐 때문일까. 아이참, 얼른 나아야 할 텐데. . 좀 자고 일어났더니 땅이 젖어 있다. 여름에도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가을비도 심상치 않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 오늘도 나는 요가매트를 깔고 그 위에 올라간다.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고 자고 있던 몸들을 깨워본다. 그리고 유튜브 선생님이랑 수리야 나마스카라(태양경배자세) 동작을 따라해갔다. 호흡과 동작을 일치시켜 계속 연결하는 요가인데 임산부가 할 수 있도록 약간 변형시켰다고 했다. 3번을 반복했더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삐걱삐걱 닿지 않아도 ‘하다보면 늘겠지’라는 마음으로 후하후하. 누워있을 때 느껴지는 나무의 신호도 평화롭고 좋았다. . 극도로 배가 고파진 나는 시리얼을 먹었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잔잔한 음악을 듣는 오후. 뒤늦게 브래들리 쿠퍼에 빠져서 그가 나온 영화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고 있는 중이다. 캬캬캬. 그나저나 오늘 나무가 엄청나다. 꿀렁꿀렁 흔들흔들거리는 내 배를 자주 들여다 보게 된다. 툭툭차고 주욱 밀고 두드리고 어우 어우. 나무야 왜 이렇게 신났어? . 저녁 메뉴는 나는 밥이랑 추어탕, 남편은 죽을 먹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비엔나를 굽고 김이랑 샐러드, 멸치볶음을 차렸다. 비엔나는 언제 먹어도 맛있더라. 케찹에 콕콕콕. 이거 먹고 남편이 씻으러 간 사이에 감자과자를 뜯었다. 우히히. 8시 뉴스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고 포도 한 송이를 먹는 우리. 지구도 아프고 사람도 아프고, 별 일들이 많은 요지경 세상. 나무가 살아갈 시대는 과연 괜찮을지 걱정이 앞서는 밤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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