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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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금요일, 하루 사이에 개월 수가 바뀌었다. 7개월의 마지막과 8개월 시작. 어제 내내 통통거리던 너를 느끼고 움직임을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신기할 정도로 활발했던 나의 아가야. 나 이만큼 컸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뻥뻥 찰 만큼 힘이 세졌다고, 놀기 좋은 공간이라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는 나무. 아가야는 우리가 잠들기 전에는 물론이고 새벽까지도 계속 움직였다. 내 배 위에 손을 올려둔 남편은 눕자마자 잠들었다고 하는데. 달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나는. . 잠깐 누웠는데 오전이 사라졌다.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들이켜고 요가매트를 깔았다. 후하후하 몸을 풀고 나무에게 ‘같이 요가하자’고 말을 건넨다. 어제에 이어 수리야 나마스카라 동작을 배웠다. 앞부분은 똑같고 b동작에는 런지자세가 있어 하체를 단련시키고 골반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으라차차. 땀 뻘뻘 이숭이. 이 시간 만큼은 딴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다. 내 호흡과 자세에만 집중하다 보면 개운하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받는다. 나무의 태동은 나의 활력소. . 어제 남은 반찬을 꺼내서 먹었다. 사과 몇 조각을 먹고 영화를 틀었다. 15분 정도 보다가 방역 업체의 방문에 모든 게 올 스톱. 나의 집중력도 안녕. 그 이후엔 재즈랑 인디 노래를 듣고, 생각하고, 아빠의 요청으로 카페를 가입하고, 고양이식탁 게임을 하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고는 정보를 수집했다. 시간이 왜 이리 잘 가는지. 벌써 남편이 올 시간이다! . 바깥음식에 홀랑 넘어간 우리. 어느 누구도 서로를 말리지 않고 물 흐르듯이 배달주문을 했다. 푸라닭 블랙알리오 통닭과 사이다. 예능 ‘노는 언니’를 보면서 닭을 뜯는다. 바삭바삭 마늘 후레이크도 맛있고 그저 맛있는 불금 현장. 먹었으니 소가 되어야지. 음메음메. 우리는 누워서 각자 폰을 가지고 놀다가 시도때도 없이 나무를 부른다. 이 세상에 없는 내맘대로 노래를 부르는 밤. 평화로운 9월 18일 우리의 금요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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