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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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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토요일, 꿈을 네 다섯 개를 꿨다.. 옛날 동네 흙바닥에서 친구랑 얇은 담요를 덮고 자는데 추워서 오돌돌돌 떨고 있던 나. 너무 춥길래 집에 들어가는 꿈이었는데 알고보니 잠결에 켜둔 선풍기 때문에 추웠던 거였다. 덥고 춥고 갑갑하고 따뜻하고 시원한 온도에 몸이 당황했을 것만 같다. 그와중에 나무는 툭툭 통통. . 일어나기 귀찮아서 딩굴딩굴 굴러다닌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10시 전에 씻고 각자 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누가 봐도 동네 마실 나가는 복장이었던 두 사람. 1차 장소는 동네 빵집. 갓 나온 빵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빵과 케익을 담았다. 가는 길에 바삭바삭 바게트랑 할라피뇨를 먹는데 계속 들어간다. 오메. 2차 장소는 창원 언니집으로 고고.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해서 서로 ‘임산부’라는 동병상련의 입장인 언니네 부부를 만나러 간다. 바깥이 위험해 외식도 못 할 것 같고 밖에도 돌아다니지 않을 거라서 편한 복장이 우리들의 드레스 코드였다. 이런 적도 처음이네. 흐흐. 자연스런 만남, 편한 만남 추구요. . 모처럼 만났으니 수다꽃이 피었다. 서로의 배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아가들의 태명도 불러주곤 했다. 내맘대로 노래는 여기서도 흘러 나온다. ‘아가들아 우리 건강하게 만나자’ 하면서 다독여주는 시간도 가졌다. 임산부들은 임산부라서 쉬고, 남편은 손님이라 쉬고 언니 남편만 유난히도 바쁘게 움직인다. 점심으로 중국집을 주문하고 아이스 커피에 과일까지 챙겨주는데 이것만 먹어도 배가 너무 부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 TV를 보다 심지어 누워서 수다를 떨었다. 내 집처럼 편하게 놀다보니 하마터면 잠까지 자고 올 뻔한 우리였다. 언니 남편은 알아서 척척 밥을 안치고 저녁으로 제육볶음과 닭볶음탕을 주문했다. 그렇게 넷이서 또 냠냠냠. 아이스크림 냠냠냠. 폰게임에 이런저런 얘기에 TV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부랴부랴 인사를 하고 나온다. 그 때가 12시쯤이었나.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이기에, 오늘 보면 언제 볼 지 모르니까 더 아쉬워지는 만남이었다. 흑흑.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이랑 떠들었더니 목이 아파왔다. 하루종일 말을 많이 했나 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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