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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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일요일,
일기를 쓰고 누우니 새벽 두 시였다.
평소에 11시쯤 자러가는 우리에게는 꽤 늦은 시간이었다. 눕자마자 ‘집이 최고’라며 스르르 딥슬립의 세계로 떠난다. 남편은 눕자마자 새근새근 자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굿나잇. 남편도 나도 나무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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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일찍 깬 일요일 아침.
9시 전에 눈을 뜨고 세상 편하게 늘어져있다. 세탁기를 돌리고 빈둥빈둥 백수 두 명은 빵이랑 포도를 꺼내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 ‘그린 북’을 틀었다. 같은 장면에서 또 웃고 또 진지해진다. 봐도 봐도 좋은 영화가 우리 곁에 계속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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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피곤해서 까먹었던 동화책 읽기.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신 태담, 아니 수다를 많이 떨었으니까 괜찮을 거라며 위안을 하고는 더 신나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나무가 나중에 이 이야기들을 직접 들었을 땐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진다. 나의 나무 우리 나무는 하루 종일 툭툭 통통통 팡팡 스윽 밀면서 신호를 보내곤 했다. 그럼 나도 통통통 쓰담쓰담해야지. 오늘도 나는 귀여운 나무에게 노래를 바친다. 귀여운 나무 행복한 나무 즐거운 나무 잘자는 나무 사랑해 나무 가사를 부르는 내가 웃기지만, 그냥 이 순간들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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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남편은 머리를 깎으러 갔다.
배고픈 나는 우유에 죠리퐁을 타서 두 그릇을 비웠고 낮잠을 즐겼다. 잠깐 누워서 쉰다는 게 일어나보니 밤이 돼버렸다. 다행히 7시가 되기 전이었지만 통째로 일요일이 사라진 것만 같다. 남편은 죽을, 나는 3분 카레를 데워서 호로록 떠 먹었다. 장트러블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은 언제까지 속을 비워야할 지. 남은 시간엔 영화 ‘침입자’를 보고 놀았다. 딱히 뭘 하지 않았는데 ‘최고의 주말’을 보냈다는 남편의 말에 나도 동의. 잘 먹고 잘 놀았다 이번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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