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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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월요일,
문을 다 닫고 자도 추운 밤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온도가 똑 떨어지기 있나. 손발이 트고 시리는 계절, 괜히 지난 여름날이 생각난다. 선풍기랑 에어컨과 친구가 되던,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던, 아이스크림을 즐기던 그런 더운 날들. 이제는 남편도 추운지 이불을 잘 덮고 잔다. 야무지게 배도 잘 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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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과일 조금이랑 물만 챙겨줬다. 이번 주도 파이팅하자며 응원을 하고, 잘 다녀오라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나무랑 같이 배웅하는 월요일 아침. 아빠가 돌아올 시간까지 잘 지내보자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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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일어나 움직인다.
아침에 실온에 꺼내둔 달걀 6개. 밥솥으로 카스테라를 만들어 보자. 베이킹에 관심을 가지고 도구들을 하나둘씩 들이고 마들렌 연습을 몇 번하고 아기가 찾아왔다. 그 뒤로 쉬고 있는 오븐이 생각나서 출산 전에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마음을 먹는다. 비록 노오븐이지만 못지않게 재료와 시간이 든다. 반죽을 하고 머랭을 치는 순간 사방으로 튀는 조각들. 혼잣말로 ‘쉽지 않은 길을 갈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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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료는 간단하고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달걀, 우유, 오일, 소금, 설탕, 박력분. 하지만 나는 왜이리 고군분투를 하고 있을까. 얼룩을 닦아내고 씻는데 더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 같다. 밥솥에 들이붓고 취사를 누른다. 과연 잘 됐을까. 밥솥 벽쪽에 오일을 적게 묻혔는지 쇽 떨어지지 않는 카스테라. 매끈한 부분이 상당히 날 것 그대로 나왔다. 그래도 빵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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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정리를 하고 바로 청소를 했다.
갑자기 변비 때문에 엉덩이에 불이 났다. 너무 힘들어서 침대에 쓰러져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쿨쿨쿨. 오늘 꽤 오래 서 있었더니 배도 꽤 자주 뭉치고 무엇보다 피곤해서 체력이 똑 떨어졌나 보다. 나무한테 힘들다고 찡찡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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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네언니 가족을 만났다.
지난 번에 못 먹어본 배달음식을 시키고 신나게 먹었다. 아가야는 미리 이유식을 먹고 왔는데도 분유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귀염둥이랑 다함께 먹방 타임. 수다꽃을 피우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우드카빙’ 원데이 클래스가 밤 중에 열렸다. 남편들끼리 취미를 공유하는 시간. 숟가락 모양을 본 뜬 나무를 샥샥샥 슥슥슥 깎다가 갑자기 빠빠이했지만, 잘 먹고 잘 놀고 재미있었던 모임이었다. 헤헤. 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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