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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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수요일,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
예전엔 내 알람도 맞췄는데 딱히 의미를 찾지 못해서 지웠다. 남편은 알람 두 개를 맞춰놓고 다 울리고 나면 곧 일어난다. 나는 그보다 먼저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를 하는 편. 매일 인사는 굿모닝, 잘잤냐도 아닌 굿모냐아~. 출근 준비를 하는동안 아침 간식으로 카스테라 한 조각을 통에 담아줬다. 나도 나중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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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 잠이 든다.
가을냄새가 느껴지는 아침, 이불을 꽁꽁 덮고 다시 꿈나라로 떠났다. 느슨하게 보내고 일어나 요가매트를 펼친다. 이번 주에 처음인 스트레칭. 나무에게 ‘오늘도 우리 같이 운동하자’라고 말하면서 시작을 알렸다. 나의 주수는 임신 후기이지만 초기, 중기,후기 상관없이 내 몸과 컨디션에 맞춰서 영상을 고른다. 전신 순환과 골반 위주로 쭉쭉쭉 움직이고 나의 깊은 호흡이 나무에게까지 다다르는 것을 상상해본다. 유연하진 않아도 굳어지지 않기를, 내 골반이 힘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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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금 움직였다고 배가 고파졌다.
냉동실에서 도시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어 해동을 시켰다. 간식으로 사과 한 개를 깎았고,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틀었다. 케이크도 살짝 먹고 죠스바도 먹은 점입가경 점심시간. 책을 읽고 다시 낮잠을 자는 나는 엄마가 되어서도 잠을 이길 수 있을까.잠을 이겨내야 하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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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남편이랑 마트에 갔다.
‘뭐라도 메뉴가 정해지겠지’하면서 갔는데 우리는 햄버거를 사 왔다. 명절이 코 앞이기도 하고 퇴근 후라 북적일 거라 생각했던 마트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우유, 설탕, 무알콜맥주와 과자, 요구르트를 사고 나머지는 내일 집 앞에서 사기로 했다. 산 것보다 못 산 게 많네. 왜 마트를 갔나 몰라. 집에 오자마자 햄버거를 펼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본다. 시작부터 음악이 나와서 ‘좋다!’ 감탄을 했다. 오늘 배운 일본어 幸せにね(행복해라)가 좋아서 계속 입가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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