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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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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목요일, 새벽 3시에 한 번은 깨서 화장실에 다녀온다. 방광이 비워지면 그만큼 공간이 넓어져서 그런지 툭툭 치는 나무를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증상들을 경험하게 하는 임신기간이었지만 자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나무가 새삼 고마워졌다. 열심히 품어서, ‘건강히 만나자’고 간절하게 매일매일 기도를 하는 나. 매일매일 감사해 나무야 여보야. . 남편은 아침에 빵이랑 우유를 먹고 출근을 했다. 목넘김이 좋게 따뜻하게 데운 우유. 나는 그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오전에는 추석 선물을 사고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났다. 허리가 왜 이리 뻐근할까. 스트레칭을 해도 바른 자세로 앉아도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시리얼 한 그릇을 비우고는 다시 누워서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는 오후. 옆으로 누워서 작은 베개를 허리에 받쳤더니 조금 괜찮은 것 같기도. 나의 통증과는 상관없이 나무는 축구를 하고 있나보다. 흔들흔들 꿀렁꿀렁. 배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 와우. 많이 컸네 우리 나무. . 집앞 마트에 다녀왔다. 태풍의 간접영향 때문인지 휘날리는 나뭇가지와 바람소리, 자동차소리, 자리잡고 앉아서 쉬는 고양이를 보고 나무에게 이러쿵 저러쿵 말을 걸었다. 장도 보고 저녁엔 맛있는 거 먹자고 일방적인 대화를 하는 이숭이. 조금만 걸어도 배가 뭉치긴 했지만 바깥 공기를 마셔서 좋았다. . 저녁을 준비해보자. 메뉴는 현미밥, 대패삼겹살 구이, 상추겉절이와 쌈채소. 우리가 좋아하는 팽이버섯과 마늘을 넣고 같이 신나게 구웠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하고 집에 온통 기름 냄새를 풍긴다. 고기란 고기는 다 좋아하는데 대패삼겹살은 또 맛있네. 이렇게 먹고 밤에 후회할 거면서 열심히도 먹었다. 후식으로 나는 포도, 남편은 홍시를 택했다. 요즘은 목과 속이 뜨겁지는 않고, 자기 전에 목까지 음식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바로 눕지도 못하고 한참을 앉아있는데 오늘은 허리까지 아프니 하이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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