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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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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금요일, 자기 전에 자체 견인치료를 받았다. 다리를 쭈욱 뻗고 누워있으면 남편이 다리를 들어올려서 허리를 펴줬달까. 그는 나무에게 ‘나중에 엄마 허리도 밟아주고 그래라’하면서 말을 전했다. 이래도 저래도 뻐근한 허리를 두드려주던 마음이 고마워 나도 바로 보답을 했다. 남편 발이 시리길래 발 마사지를 해주고 통통통 두드려준다. 우리끼리 주거니 받거니 마음을 주고 받는 따뜻한 밤이었다. . 그럼에도 자주 깨고 잠들기를 반복하던 나. 2시 45분부터 깨어있는 나무랑 톡톡톡 장난을 친다. 3시 반이 지나 남편이 내 배 위에 손을 올렸는데 그때도 나무는 움직이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 나무 야행성인가 봐. 자주 꿈틀거리는 게 노는 걸 수도 있고, 공간이 좁아져서 불편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자주 태동을 느낄 수 있어서 마냥 좋다. 입덧을 하던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요즘이다. . 영화 ‘서프러제트’를 틀었다. 예전에 통영에서 여성인권영화제의 후보 중에 하나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봤다. 서프러제트는 참정권을 뜻하는데, 여성들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20세기 초 영국의 모습을 다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 고통이 수반되었던 지난 날들. 내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예전에는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임을 느끼게 해줬다. .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편의점에 다녀왔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걸음인데도 배가 딱딱하게 뭉치고 있어 은근히 불편하다. 아기가 내려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직 29주 밖에 안됐는데도 몸은 조금씩 버거워지고 있어서 앞날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깊게 생각 안 할래. 나를 믿을래. 나무를 믿을래. 그런데 무섭네. . 집 정리를 하다가 선풍기를 부쉈다. 와장창 쓰러지더니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넜다. 회생불가. 마이너스의 손 이숭이는 그렇게 새 선풍기를 살 기회를 얻었다고 하는데.. . 저녁엔 바깥음식 파티. 남편 친구가 놀러오면서 배달 음식을 시켰다. 통닭과 파스타랑 볶음밥. 주문도 실수를 해서 취소시키고, 예상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우리가 먼저 먹을 수밖에 없었던 타이밍. 남편의 장트러블, 나의 변비로 우리는 자제했어야 했는데 기름파티라니. 내일 괜찮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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