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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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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토요일,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우리. 10시에 울리는 알람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뻐근했던 허리 뒤에 고양이 베개를 받치고 잤더니 한결 괜찮아졌다. 왠지 오늘 하루는 컨디션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편은 잠깐 철물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김밥을 사 올지, 빵을 사 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다녀오숑숑숑. . 빨래거리를 한데 다 모아두고 다시 늘어져있었다. 잠깐 누웠는데 깜빡 잠든 건 뭐람. 여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가을이 온 뒤로는 이불에 폭 안겨있다. 긴 옷도 꺼내입고 위에 걸칠 옷도 나왔다. 조만간 전기장판도, 도톰한 겨울 이불도 나오겠지. 아직 여름옷을 들여놓지도 않았는데 계절은 왜 이렇게 금방 바뀌는 거야. 이러다 겨울이 오면 나무를 만나러가겠지. . 현관문 소리가 들린다. 차가 막혔다며 바깥 상황을 알려줬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봉지 두 개. 뭘 좋아할지 몰라서 김밥이랑 동네빵집 빵 두 개 다 사왔다나. 이런 센스쟁이를 봤나. 참치랑 일반김밥 몇 개를 먹고 바게트도 먹었다. 나는 둘 다 먹어야지 냠냠냠. .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보기로 했다. 줄거리만으로도 궁금해져서 쉽게 선택했던 오늘의 영화. 중간에 빨래가 다 돼서 잠깐 멈추긴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향기를 시각화해서 영화로 만드는 능력도, 다양한카메라 기법도, 반전에 놀라 토끼눈이 된 이숭이. . 주말에 제대로 된 밥을 먹는 게 오랜만인 듯했다. 현미밥과 차돌박이 된장찌개, 두부 부침, 비름나물과 도라지 무침, 김으로 한 상을 차렸다. 남편은 밥과 두부를 부쳤고 나는 나물을 무쳤다. 나물 반찬은 하고 나면 뿌듯한데 가끔씩 먹는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두부랑 초록반찬은 자주 자주 나오게 해야지. .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테이블 앞에 앉았다. 우리는 경쟁이라도 하듯 귀여운 동물, 재미있는 영상, 특이한 내용이 있으면 꼭 보여준다. 떨어져 있을 땐 저장을 해놓는 모습도 닮았다. 낄낄낄 깔깔깔. 그러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본다. 애니메이션은 어릴 때 본 거라 다시 봐도 늘 새롭다. 이런 장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낯설어도 재미있게 봤다. 내일도 잘 먹고 잘 쉬고 잘 보내야지. 나무도 함께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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