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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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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일요일, 바른 생활 사람들은 아니지만 일찍 누웠다. 배를 쓰다듬으면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로 즙을 짠다. 그러다 돌고 돌아 나무로 결론을 맺는다. 우리의 삶에 갑자기 들어온 나무의 존재는 상당하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들을 하나씩 느끼면서 하루하루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도, 남편도, 우리도. . 보통 새벽 3시 쯤에 눈을 뜬다. 이때 화장실에 한번 가지 않으면 아침까지 배가 단단하게 뭉쳐져 있는 것 같다. 조금이나마 나무에게 공간을 더 주려고 잠결에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건조해진 목에 물 몇 모금 들이켜고 다시 꿈나라행. 3시 48분, 나무는 혼자서 툭툭 통통거리며 놀고 있었다. 나무야 안 자고 뭐해애애애? . 남은 볶음밥을 데우고 컴퓨터를 켰다. 드라마 하나를 떼고 나서 영화에 눈을 돌린 우리.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방황을 하다가 어떤 장르를 보고 싶은지 물었더니, 다 때려부수는 게 땡긴단다. 그러다 갑자기 튀어 나온 ‘리미트리스’. 예전부터 남편이 얘기했던 건데 오늘은 봐도 괜찮을 것 같아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안 그래도 브래들리쿠퍼의 매력에 빠져있던 터라 탁월했던 선택이었다. 나에게도 똑똑해지는 약이 있다면 그 재능을 어디에 썼을까. 일단 돈을 부풀렸을까.. . 오후도 그냥 그냥 보냈다. 남편은 냉장고를 옆으로 살짝 옮겼고, 나는 그런 그를 응원?했다. 인절미과자랑 알새우칩 하나씩 뜯어놓고 ‘너의 이름은’을 틀었다. 우리만의 코드로 몇몇 장면들은 킥킥 웃었다. 세 번째 보는 건데도 보면 볼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풍경 표현은 정말 최고. . 잠깐 자고 일어나 산책을 나간다. 얼마 전에 장만한 레깅스를 입고 뚜벅뚜벅. 임산부를 위한 아이템들이 왜 필요한지 이제야 알게 됐다. 배까지 덮히는 임산부레깅스. 이것도 안 입어보면 모른다. 쭉쭉 늘어나는 게 너무 편하고 따뜻해서 굉장히 만족해했다. 걸으러 갔다가 갈비찜을먹고 들어온 우리의 미스테리 산책으로 일요일을 마무리하는 밤. 주말 안녕. 참, 어제 튼살 두 번째 발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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